조사ㆍ글 : 河島伸子 (同志社대학 경제학부 교수)
1. 중앙관청
우선 문화정책의 국가적 최고기관으로서 한국 문화관광부의 성격을 띤 문화ㆍ미디어ㆍ스포츠부(DCMS=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가 중심적인 존재이다. DCMS의 역사는 매우 짧다. 그 전신인 국가유산부(Department of National Heritage)도 겨우 1992년에 만들어진 정도다. 그 이전에는 다양한 부, 청이 조금씩 현재의 DCMS 업무를 분담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1990년대에 통합한 것이다. DCMS가 맡은 분야는 미술관ㆍ박물관, 예술, 디자인, 공예, 영상 등 멀티미디어, 역사적 유산ㆍ건축물, 도서관, 왕립공원, 방송, 스포츠, 관광 등이나, 이 외에 전국의 복권이나 도박관계 행정도 최근에 맡게 되었다. 예산을 살펴보면 90년대 전반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순조롭게 늘어나 2001년도 예산이 약 11억 2300만 파운드에 이르게 된다. 이 중 60%정도는 미술관ㆍ박물관, 예술, 역사적 유산, 도서관 등의 문화정책 자금지원에 사용된다. 방송(BBC)에 제공하는 자금도 전체의 10%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 자금은 시청자가 낸 돈을 원자(原資)로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형식적으로 DCMS를 거쳐서 가는 것 뿐이다. (일본 NHK와 같은 시스템)
- 암스ㆍ렝스 원칙
DCMS는 영국의 문화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영국의 특징적인 ‘암스ㆍ렝스 원칙’ 즉 ‘국가는 자금을 제공하나, 그 사용법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일임, 일정거리를 둔다’라는 방침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술관계 부분에 DCMS 예산의 23%가 책정되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전면적으로 아트 카운실로 옮겨가는 것 뿐이다. 이 자금이 예술 어느 분야에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 어떤 정책목표를 위해 쓰여질 것인지는 아트 카운실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이 외에 다른 분야에도 각각의 조직이 있어, 정책 책정이나 문화단체에 자금ㆍ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들 준 공적인 조직에 맡기고 있다.
2. 아트 카운실
비교적 존재감이 없는 DCMS에 비해 아트 카운실은 영국에서의 문화정책 추진의 주체로서 잘 알려져 있다. 1946년에 설립된 이 준 공공단체는 100% 정부 자금으로 구성되어졌고, 그 중 대부분을 문화단체나 프로젝트에 배분한다. 이 단체의 본질적인 통치기관은 급여를 받지 않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카운실)로, 급여를 받는 직원이 이사회를 서포트 하는 형태다.
카운실은 원래 영국 사회의 특권층 계급 사람들이 차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급 문화에만 편중해 조성금을 준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나중에 설명하겠다. 또 하나의 비판은 런던의 문화단체를 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영국 각 지방에 지방판 아트 카운실로 불리는 조직인 Regional Arts Association가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이들은 1990년대 초에 Regional Arts Board(RAB)라고 명명되었는데, 정식으로 아트 카운실과 제휴관계를 맺어 영국의 예술관계 자금조성의 구조로 정립해 나갔다. 그러나 2001년이 되면서 돌연 모든 RAB가 폐지되고 아트 카운실 하나로 통합되었다. RAB은 지방자치체로부터 자금도 받아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각각 독자적 단체규약이나 운영기반을 가진 RAB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RAB 전체가 승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욱이 이 같은 조직의 통폐합이나 구조 조정은 영국의 공적기관 운영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3. 지방자치체의 문화정책ㆍ문화행정
다음으로 지방자치체의 문화정책ㆍ문화행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영국의 지방자치체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문화나 오락관계에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 의무적이지 않다. 따라서 문화행정에 매우 열심인 자치체와 그렇지 않은 곳, 문화를 활발하게 도시경영이나 지역만들기에 사용하고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매우 크다. 전국 단위에서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데에 반해, 지방 단위에서는 자치체가 직접 미술관ㆍ박물관이나 콘서트 홀, 극장 등을 운영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이 외에도 한정적이긴 하나 지역 문화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이들 지출을 합하면 큰 조직인 아트 카운실의 연간예산에 필적할 만한 규모다.
- 도시 활성화와 문화정책
특히 1980년대부터는 도시 재활성화 정책 중 문화를 활용하는 일이 많아져, 지방자치체는 문화정책 전반에서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되었다. 조선, 철광 등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던 경제구조를 20세기 후반에는 새롭게 바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 지적공업산업 등으로 변경하는 정책을 펴 나갔고, 그런 과정에서 문화가 주목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버밍햄은 중심부의 재활성화에 맞춰 새로운 컨벤션센터 설립과 함께 콘서트 홀을 만들었고, 버밍햄시립교향악단에 보조금도 지급하였다. 그 결과 버밍햄시립교향악단은 후에 지방 오케스트라에서 국제적인 악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투자 뿐만 아니라 관광지, 컨벤션도시, 그리고 지적산업 입각형 도시로서의 매력을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 문화산업 유치, 육성책
도시에 따라 산업으로서의 문화에 착안하여, 이를 육성ㆍ유치하는 정책을 세운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셰필드 시는 젊은이들의 대중문화를 산업으로서 육성하기 위해 음악 스튜디오나 영화, 비디오 관계의 편집 스튜디오 등을 가진 ‘문화산업지구’를 정비해 왔다. 이것은 1990년대 후반 노동당 정권으로 바뀐 후 DCMS의 Creative Industries(창조적산업) 육성이라는 정책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같이 지방자치체 차원에서는 다른 정책영역과 연계하거나 직접적인 문화단체의 운영 등을 통해 적극적인 문화정책이 전개되고 있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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