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愛媛)현 마츠야마(松山)시에 위치한 도고온천은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오랜 역사로도 유명하지만, 예부터 위인과 서예가, 근대 일본의 다양한 문호들의 사랑을 받은 곳으로 더 유명하다. 도련님『坊ちゃん』, 그후『それから』등의 소설로 유명한 일본의 근대문학가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를 비롯하여, 근대 하이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후루카와 에이지(古川英治), 기쿠지 히로시(菊池寛), 근대문학의 여명이라 불리는 요사노 아키코(与謝野晶子) 등 다수의 문호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도 소설 속에 등장한다는 낭만적인 매력 때문이다. 특히, 나츠메 소세키의 명작 <도련님>은 그 자신이 마츠야마에서 지내며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일본인들에게 애독되는 소설이다. 도쿄 출신인 그가 “다른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도쿄만 못하나, 온천만큼은 훌륭한 곳”이라고 격찬했을 정도이니, 도고온천의 매력을 짐작할 만 하다.

 

도고에서 머물다 보면 가끔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도련님>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마치 소설 속 시간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먼저, 역에 도착하면 하얗게 페인트칠 된 모던풍의 역사가 소설 속의 세계로 제일 먼저 안내한다. 밤이면 라이트 업되어 어둠 속에 뚜렷이 부상하는 실루엣이 낭만적이다. 역을 나서면 바로 앞에 작은 증기기관차가 정차해 있는데, 하루에 몇 번 선로를 달리기 때문에 가끔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기차는 소설 속 도련님이 도쿄에서 이곳 교사로 부임하던 날 탔던 것으로 등장한다. 이어 역 앞의 도로를 건너서면 독특한 모양의 시계탑이 눈에 띈다. 그냥 지나치면 이 시계의 존재가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일제히 얼굴을 내밀며 시간을 알리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기를 바란다.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1시간마다 시각을 알리는 이 시계는 소소하지만,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겐 귀여운 즐거움이다.

 

그럼 이제, 도고온천을 들여다 보자. 도고온천의 상징인 본관은 1952년에 건축된 3층 누각으로, 주변의 근대풍 호텔과 상점가와 인접하고 있어 색다른 풍미를 자아낸다. 본관에는 카미노유(神の湯)와 다마노유()의 2종류의 온천이 5실 마련되어 있으며, 욕조는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원천은 보유하고 있는 총 28개 중, 17개만이 입욕수로 급수되고 있다. 온천수는 유황을 포함한 알칼리성 탄산수로, 특히, 신경통, 근육통, 관절염, 오십견, 운동마비, 타박상,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좋기로 유명하다. 2층에는 다마노유 외에 카미노유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탈의실이 있다. 온천 내에서 입고 다닐 수 있는 유카다(浴衣)를 빌려 주기도 하고, 입욕 뒤에 나오는 석탄으로 끓인 차는 온천으로 따뜻해진 몸과 마음을 한층 편안하게 해 준다. 건물 내에는 나츠메 소세키를 기념하는 방과 하이쿠 작가의 전시한 전시자료실이 있어, 잠시 휴식하는 동안의 볼거리로 제격이다. 도고온천의 장점은 이곳에 숙박하지 않아도 외부욕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굳이 이곳 온천수를 즐기고자 수건 한 장 달랑 손에 들고 도고온천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침마다 첫 온천수에 몸을 담그려, 개점시각을 알리는 북소리를 기다리는 애용가들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잠시 "도고(道後)"라는 특이한 명칭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옛날에는 이요(伊予)온천, 또는 니기타츠(熟田津)온천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후, 645년 일련의 정치개혁으로 각국에 국부(国府)가 설치되면서, 이 국부를 중심으로 도전(道前)도고(道中)도후(道後)의 명칭이 탄생되었고, 수도 방향을 중심으로 국부의 뒤에 위치했기 때문에 “도고”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으로 전한다. 온천에는 으레 그 유래에 대한 전설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에 전하는 것은 백로의 전설이다. 다리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던 백로가 암석 사이에 솟아나는 온천을 발견하고, 매일 날아와 온천수에 담근 결과 상처가 깨끗하게 나았다. 이를 본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겨 입욕해 보았더니, 그 느낌이 상쾌하여 피로가 회복되고, 병이 낫는 사람도 있어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도고온천과 증기기관차, 모던풍의 역사…, 근대시대에나 볼 수 있는 이러한 풍경들은 이 작은 마을 속에 어우러져 과거의 무대를 형성한다. 도고온천을 가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꼭 도고온천역에서부터 소설 속의 세계로 천천히 더듬어 가기 바란다. 온천보다 더 낭만적인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본 센터 문화기획팀 김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