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일본어와 일본을 접한 사람으로서, 창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유일하게 경험한 일본의 온천은 那須(나스)였다. 그것도 9년 전 가을로 기억된다. 필자에겐 첫 일본여행이기도 했지만, 홀로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낯선 땅을 밟는 필자에게 유일하게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중급 정도의 일본어 실력과 몇몇 유학중인 친구가 전부였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오리라는 거대한 꿈을 품고 떠난 필자는 혼자라는 부담감과 외로움으로 어딜 가든 그 곳의 분위기와 멋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질 못했다. 그러나 여행 마지막은 아니었다. 유학중인 친구와 그의 일본친구는 나를 나스온천으로 데려가 주었다.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안도감과 나스온천의 소박하고 자연그대로의 분위기는 며칠간 콩알 만해진 간을 다시금 본래 크기로 되돌려 놓기에 충분했다.

 

元湯鹿の湯(모토유시카노유)

 

나스온천은 那須岳(나스다케)의 기슭을 따라 온천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那須(나스)온천, 大丸(오마루)온천, 北(기타)온천, 弁天(벤텐)온천, 高雄(다카오)온천, 三斗小屋(산도고야)온천, 그리고 板室(이타무로)온천은「那須七湯(나스나나유)」로 불리고 있다. 도쿄에서 JR신간선으로 50분 거리에 있어, 당일코스로 온천을 즐기기에 좋다.
우리가 간 곳은 이 나스나나유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元湯鹿の湯(모토유시카노유)」란 대중온천장이였다. 시카노유란 이름은 나라(奈良)시대, 사냥군의 화살을 맞아 쫓기던 흰 사슴이 온천수에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붙인 것이라 한다.

 

온천장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일반 대중목욕탕과 다를 바가 없다. 먼저 입장료를 지불하고(얼마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현재는 400엔)여탕 쪽으로 가, 옷을 벗고 입구에 들어서자 먼저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제일 먼저「かぶり湯(가부리유)」를 만난다. 얕은 욕조로 여기에서 머리에 100회 온천수를 부으면 입욕후의 현기증과 울렁거림 등에 좋다고 한다. 쉬울 것 같지만 물의 온도가 상당히 높아 이 곳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어려울 듯 보였다.
그리고 이 곳의 모든 것은 목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금속과 플라스틱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겐 잠시나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욕조는 가부리유를 포함하여 모두 7개가 있다. 특이한 것은 욕조마다 물의 온도가 달라, 41도 욕조부터 48도 욕조까지 있다. 48도의 욕조에 들어가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 있는 듯했다. 너무 온도가 높아 보통사람은 엄두를 낼 수 없어 보였다. 입욕법도 정해져 있어, 욕조 주위의 모든 사람이 같이 입욕하여 3분이 경과하기 전까지 나오면 안된다고 한다.
입욕법이 정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 룰을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필자 또한 룰도 몰랐거니와 필자의 몸 또한 3분을 견뎌낼 정도의 인내력을 갖고 있지 못했으므로, 내식으로 입욕을 시작하였다. 욕조 밖으로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본고장의 온천의 맛을 맘껏 만끽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놀란 것은 정기적으로 물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도를 재는 관리인이 들어오곤 했는데, 그 관리인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옷을 입은 채 들어오는 관리인이 남자임을 알고는 재빨리 물 속으로 뛰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더욱 놀랐던 것은 나중에 들어 안 사실이지만, 예전엔 남녀혼욕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일본 온천 첫경험은 푸근함과 놀람이 혼재하는 가운데 끝이 났다. 그 날 우리의 코스가 나스다케를 오른 후 온천욕을 즐긴 것이었기 때문에 등산으로 뭉쳐 있던 근육은 펄펄 끓는 온천수로 인해 다 풀어졌다. 그대로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당일코스였으므로 우리는 서둘러 가마메시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귀가길을 재촉해야 했다. 그 후 일주일간 필자의 피부는 왕귀비 이상의 고운 피부를 유지했었다고 기억한다.
단 한번의 온천 체험이었지만, 필자가 마치 나라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시카노유는 꾸밈이 없었고 소박했다. 소박함과 자연그대로를 느끼고자 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온천이다.

 

<글 : 본 센터 일본어부 강좌운영팀 주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