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현재 일본의 젊은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타이인 유학생 Artch BUNNAG씨가 서울, 베이징, 자카르타를 취재여행 한 후 일본어로 집필한 본 호 특집기사이다.

 

글 : Artch BUNNAG (도쿄외국어대학대학원 지역문화연구과 박사과정 연구생)

 

도쿄→서울→베이징→자카르타→방콕

 

젊은이들의 의식세계를 탐구해 보고자 취재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 자신도 “젊은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원고를 젊은이의 시점에서 써 보려고 생각했는데, 각 도시를 다니며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면서, 내가 이제는 젊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디어에 공개되는 자료에서 독단이나 편견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기사에는 어중간한 세대에 속하는 나의 독단과 편견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고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의 구성은 젊은이를 의식해서 현재의 트랜드인 “콜라주(Collage)”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콜라주가 뭐지?”라고 생각하는 당신, 당신은 이미 그 시점에서 젊은이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내가 여기에서 “젊은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은, 우선 컴퓨터의 도스(DOS)를 모르고 철이 들어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는 세대. 휴대폰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못하는 사람들. 어렸을 때 정신 없이 보았던 만화가 “도라에몽”이 아닌 “포켓몬”인 사람들. 부모 세대인 샐러리맨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면서, MTV의 영향으로 말하는 스타일도 “플래시(flash)”하거나 “콜라주(collage)”한 사람들. 즉, 말을 할 때 그때그때 생각나는 단어를 말하거나, MTV 뮤직을 시작할 때의 오버랩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플래시하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 영향으로 젊은이들이 즐겨 보는 잡지의 편집방법도 한페이지에 정보를 잔뜩 게재해 패치워크 한 것처럼 “콜라주”하게 되었다. 젊은이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한다.

 

 

젊은 남성의 “상품화”가 트랜드

 

이번 취재여행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젊은 남성의 “상품화”였다. 방콕에 있었을 때 미디어 관련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나는 이런 현상에 자주 접하였다. 물론 업계에서 먼저 만들었던 경우도 있다. 도쿄에서는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 완고한 부모세대로부터 “젊은 남성들의 여성화” 등이 사회문제로 다루어 질 정도였다.
서울의 쇼핑몰을 취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의 화장품 업계에서는 젊은 남자연예인을 여성전용 화장품의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한국의 잘 나가는 아이돌스타 원빈이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주인공인 권상우 등이다. 여성 화장품에서 왜 남성을 모델로 기용한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몇 년 전 일본에서도 있었다. 유명한 기무타쿠(기무라 타쿠야)가 립스틱 광고에 등장하여 젊은 여성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베이징 공항에서 본 싱가포르관광국의 광고였다. 그 광고는 젊은 남성모델을 기용하여 지금까지 아시아 각국의 관광선전 전략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아시아의 관광선전에서는 여성을 기용한다. 즉,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으로 동양=여성, 서양=남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광고 포스터가 만들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지금까지 “나비부인”이나 “미스 사이공”의 신화를 부정하고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동양=젊은 남성”. 그 암호의 의미해석은 지금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미국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난해하다.
상품화된 젊은 남성의 공통점은 얼굴이 단정하고 잘 단련된 몸에 피부는 윤기가 흘러 반들반들하다. 지금까지의 “남성의 신화”를 이루어 왔던 남성다움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남성인 것이다.
이러한 남성들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메트로섹슈얼”족이다. 메트로섹슈얼이란 도시를 의미하는 메트로(Mettro)와 남성 동성애자를 의미하는 헤테로섹슈얼(Heterosexual)의 합성어로써, 간단하게 말하면 게이와 같이 멋을 의식하는 신세대 남성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남성이 메트로섹슈얼에 포함되는가 하면 프라다, 구치, 돌체앤가바나(Dolce&Gabana) 등 몸의 라인이 드러나는 모드계통 브랜드 옷을 헬스클럽 등에서 단련한 아름다운 몸에 두르고, 기초 스킨케어로 피부를 가꾸는 남성을 말하는데, 더욱 심한 경우에는 파운데이션에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남성도 있다. (최근에는 남성용 메이크업 화장품도 많이 시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축구선수 베컴이나 다나카 히데토시 등이 메트로섹슈얼 아이콘이다. 이것은 지금 일본의 연예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オネエ(오네에케이: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세미포멀한 스타일)" 탤런트는 아니다. 또, 수년 전 붐을 이루었던 다케다 신지나 이시다 잇세이와 같은 "중성적"인 남성과도 다르며, 최근에 화제를 부르고 있는 "페미(여성스러운)"와도 다르다.

 

 

중국에서도 메트로섹슈얼족

 

지금 젊은이들의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 "Sex & The City" 에서도 이러한 메트로섹슈얼적인 남성을 "Sex & The City" 사전에 올리고 있을 정도다. 이 드라마는 현재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번에 취재를 다녀온 5대 도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Sex & The City"의 지명도가 상당히 높았다. 힙합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드라마는 거의 바이블(Bible)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으리라.
베이징에서는 대학 도서관 서점에서 이 시리즈의 해적판 DVD가 팔리고 있을 정도였다. “욕망의 도시”라는 그럴듯한 중국어판 제목을 붙이고.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외설적인 장면과 키스신이 모두 삭제된 채 방송되고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네 주인공의 패션이다. 특히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 캐리역을 맡고 있는 사라 제시카 파카의 신선한 스타일은 젊은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서로 다른 문화권인 아시아의 여성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근래 유행하고 있는 빈티지 패션이나 Mix & Match 트랜드는 이 드라마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영향으로 도쿄에서는 옛날 유행하던 옷들이 다시 빛을 보고 있으며, 자카르타에서는 디스트로(:Distribution Outlet의 약자로 고전풍으로 만들어 수작업 느낌과 재미를 살리는 패션을 일컫는 말)가 유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옛날 옷이나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빈티지 패션 대신 태어난 유행어라고 한다.
이야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보자. 앞에서 설명한 젊은 남성의 상품화 현상은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 낸 것일까? 이번 취재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을 말한다면, 나는 이와 같은 현상은 누군가가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소비사회, 정보사회에서 제일 큰 소비자는 단연 여성이다. 따라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지갑을 열게 하려는 마케팅 전략으로 젊은 남성을 광고에 기용하여 여성을 유혹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고급 화장품이나 패션 등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하여 남성 소비자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었다. 새로운 가치관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그를 위한 도구가 미디어인 것이다.

전세계 출판업계에서 공통으로 통하는 상식으로 ‘잡지의 이익은 잡지판매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광고 페이지에서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광고를 따 내기 위하여 잡지사는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내용을 지면에 싣는다. 따라서 “~풍의 패션체크” “인기 있는 남성이 되기 위한 기초화장품” 등의 기사가 범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어느 미디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가치관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정보사회 속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갖가지 정보에 세뇌 당하고 만다.
이번 취재에서는 아직까지 많은 중국의 젊은이가 ‘메트로섹슈얼족 = 여성스러운 남자’로 보고 있었지만, 베이징시내를 취재해 보니 각종 미디어에서 메트로섹슈얼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아마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베이징에서도 메트로섹슈얼족이 일반화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FEMINA 출판사에 따르면 최근 젊은이들의 트랜드 주기가 점점 짧아져서 이제는 약 3개월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고찰하다 보니 이 세상의 미디어는 어느 곳에서나 자본주의에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잡지 “新銳(Shining)”의 사장은 자신의 경영방침에 대하여 “실용주의를 기초로 하고, 물질주의를 수단으로 하며, 쾌락주의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그가 말한 것과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遠近(wochi kochi) 제2호(Dec.'04 / Jan.'05)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