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에 이어 타이인 유학생 Artch BUNNAG씨가 집필한 '포스트모던한 젊은이들은 쿨한 콜라주를 좋아한다' 내용을 소개합니다.
급속하게 글로벌화 되는 젊은이 문화
젊은이들의 “장”(場)은 네트
여기에서의 “장”의 정의는 좁은 뜻의 “스페이스”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의 “장”이라면 도쿄 사람들은 제일 먼저 시부야를 떠올릴 것이다. 방콕 사람들이라면 사이암이 떠오를 것이다. 나도 처음 이 취재를 할 무렵에는 각국의 “시부야”나 “사이암”과 같은 장소를 찾아 젊은이들의 의식세계를 들여다 보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것은 고리타분한 생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정보사회의 트랜드 발신은 그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의 전달수단이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시부야의 센터거리가 트랜드 발신지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일본의 트랜드 및 세계에 발신되는 대중문화가 정말로 그곳에서 발신되고 있는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것은 미디어의 “존재”가 그 배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저씨”지만 시부야에 자주 나가고 있는데, TV나 잡지에 나오는 화려한 세계도 또 어두운 세계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혹시 내가 둔감해서 일까?
취재여행 도중 각국의 젊은이가 자주 모이는 장소를 견학해 보았으나, “흠, 이런 곳이었군”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기대를 너무 가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1980년대의 하라주쿠와 같은 장소를 상상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다케노코 족(1980년대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던 집단)과 같이 자신들을 주장하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젊은이가 자기를 주장하는 장소나 방법이 변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 것이다. 이번 기사의 대상이었던 5개 도시에는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서울의 젊은이들이었다.
과연 IT강국이었다. 인터뷰를 한 모든 젊은이가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싸이월드에서 간단하게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웹사이트는 일본과 타이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유행하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본의 국민성은 타인에게 별로 흥미를 가지지 않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유명인이 아닌 한 개인적인 홈페이지가 유행할 이유가 없다. 일본에서 인터넷에 빠지는 사람은 흔히 “오타쿠(:중독성 매니아)”의 한 종류로 취급되기 쉽기 때문이다.
타이의 국민성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처럼 부지런한 편이 못되기 때문에 날마다 홈페이지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생각만해도 귀찮은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하여 일부러 외출을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여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매우 밝다.
또 하나의 젊은이들의 장은 미디어
신세대 젊은이들은 대화를 나눌 때는 채팅이나 메일을, 토론이나 의견은 게시판 사이트에, 숙제나 리포트의 정보수집 역시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애인을 찾는 것도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른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인터넷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의 취재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는 베이징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많이 인터넷이 보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젊은이들은 모두 인터넷을 하고 있었고, 개인용 컴퓨터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보급으로 독서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반면, 젊은이들이 편하게 자기자신을 주장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휴대폰 소설까지 히트하고 있다. 각국의 젊은 작가가 데뷔하여 성공을 하는 사례도 많다. 인터넷이 활자문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흔히 생각하고 있지만, 반대로 인터넷 소설이 활자로 출판되는 경향을 보고 있으면, 인터넷이 활자문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또 하나 젊은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으로 미디어를 들 수 있다. 자카르타에는 “Indonesian Idol”이라는 TV프로그램이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었다. 방문한 두 잡지사(FEMINA, MAJALAN ANEKA) 모두 잡지 표지에 이 프로그램 출신자를 싣고 있었다. 이와 같은 TV프로그램은 방콕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타이에서는 “The Star” “Academy Fantasia”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예전에 이와 비슷한 “스타탄생”이란 프로그램이 있었고, 최근까지 방송된 “ASAYAN”과도 비슷한 부류의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왜 유행하는 것일까?
그것은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연예계로의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는 것은 방송업계 사람이 아니라 집에서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가 휴대폰 문자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는 시스템으로, 최저득점자가 매주 한 명씩 탈락하여 맨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어른들로부터 “권력”을 규제 받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자신의 “권력”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출연자도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를 통하여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되는 셈이다.
잡지도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 세대, 각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기호에 맞추어서 잡지가 독자층을 위한 장을 만들어 간다. 좋은 예로 일본의 잡지를 들 수 있는데, 젊은 층을 위한 잡지, 여성지, 남성지 등의 분류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갸르(유행에 민감한 중고생 소녀)가 애독하는 “EEG” “Cawaii!”, 귀여운 타입의 여고생이 주로 읽는 “세븐틴”, 평범함에서 벗어나 어른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읽는 “non-no”. 다른 아시아 각국에서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러한 징후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의 잡지판매대에서 그 풍부한 잡지종류를 보고 있자니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에서 놀라웠던 점은 잡지를 사면 딸려오는 굉장한 부록이 있다는 점이다. 화장품을 비롯하여 의복, 잡화, 액세서리, 여행용 가방까지 부록으로 따라온다. 한국의 잡지계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젊은이들을 위한 잡지에서는 젊은이가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었다. 잡지 속 코너뿐만 아니라 이벤트를 열고, 학교까지 방문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각 잡지사의 전략이 젊은 독자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간다.
보이지 않는 미국문화의 식민지
베이징이나 방콕, 자카르타에서는 스타벅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커피숍은 어른들의 장소로 여겨졌고, 젊은이들은 패스트푸드점에 모였었다. 스타벅스가 각 도시에 생기면서 커피만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가격으로 베이징이나 방콕, 자카르타의 젊은이들에게는 조금 비싼듯한 감이 있긴 한데, 이 새로운 커피숍 문화에 매료되어 스타벅스와 유사한 저가격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마케팅 전략은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본보기가 되었다. 내가 방콕에서 일하고 있던 출판사에서는 의식적으로 젊은 층을 타겟으로 삼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팔고 있다”는 회사방침을 상사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출판사에서 책을 안 팔다니?”라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후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즉 그 출판사의 책이 “쿨(Cool)”하다고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면, 책을 읽지 않는 젊은이들도 패션이라는 관점에서 그 출판사의 책을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궁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표지 디자이너로 젊은이들에게 카리스마적 존재로 널리 알려진 멀티 아티스트 “프라프다 윤”씨를 기용하여, 젊은이들의 가치관에 맞는 멋진 상품이 만들어졌다.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방콕의 책방에는 이 책을 사려고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마크도나라이즈”라는 단어가 유행했지만 앞으로 “스타바나이즈”라는 단어가 유행할 것이다. 이처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미국문화가 침투하여 아시아의 문화와 일체화되어 간다.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문화로 몰(mall) 문화를 들 수 있다. 이번에 취재한 5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몰은 모두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간판에 써 있는 글자만 없다면 어느 나라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비슷했다. 공간 디자인, 상품, 설비, 장식 등 모든 것들이 몸이 오싹해 질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것은 미국이 문화제국주의를 노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의 이원복 선생님의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