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ㆍ유럽의 문화교류사
글 : 가바야마 고이치(도쿄대학 명예교수, 일본 인쇄박물관 관장)
▲ 동화작가 안데르센 |
아이들의 감성 발굴과 번역
안데르센 작품은 그 문체부터도 분명히 아이들에게 맞혀져 있다. 그러나 무릇 어른이라고 해도 이전에는 아이였었고, 덧붙여 문학의 모티브에 대해서 말하자면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가 마음에 품고 있는 서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 결코 인생경험이 미숙한 연소자들을 위한 계몽 지도서를 의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보통의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읽을 거리가 대부분 교육목적에 얽매이고 있었던 19세기에 있어서 안데르센은 재빨리 아이들의 감성을 발굴했다. 때마침 낭만주의 문학이 융성을 맞이할 때, 아이들의 감성에도 낭만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낭만은 연령의 많고 적음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이렇게 해서 울타리는 연령 사이에서 제거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언어나 문화 사이에 가로 놓인 보다 거대한 울타리도 헐어내려고 했다. 발표되고 잠시 후면 그 동화집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갔다. 이웃나라 독일의 반응이 제일 빨랐지만, 멀지 않아 영어, 다른 유럽의 여러 나라 언어로.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속에서 번역이 착수되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동화라기보다는 자전적 소설인『즉흥시인』은 그 와중에 모리오가이(森鴎外)에 의해 독일어에서 이중 번역되었다.
인간존재의 기층과 접하다
왜, 이와 같이 급속하게, 게다가 광범위한 외국어로의 번역과 보급이 진행된 것일까? 노소를 불문하고 극동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독자를 매료시킨 이상, 그 동화의 특이한 성격에 이유를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데르센 동화는 그 어떤 것보다도 민간전승이나 전설로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왔다. 인간과 자연, 혹은 초자연과의 사이의 교류, 생존자와 사망자 사이의 교감, 근친이나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표해지는 친밀감. 어느 것이나 극히 보통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소박한 심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학술용어로 말하자면 애니미즘, 이물혼(異類婚), 이계(異界)관념이라든지, 자타 미분화의 감정교류 등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것이다.
안데르센은 유럽세계에서 예로부터 전승되어 온 민화를 취재했다는 점에서 일직이「샤르르 페로(:프랑스 동화작가)」나 동시대의「그림형제」와 같은 궤도를 달렸다. 나아가서는 요정이나 도깨비에 이르는 상상세계의 보고(寶庫)에도 헤치고 들어갔다. 그 뿐만 아니라 소년이나 소녀가 성장해 나가는 동안에 만나는 불안과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아직 정형을 보지 못한 심정, 예를 들면 미래에의 동경, 사랑의 예감이나 세상에의 애증을 마음속의 아픔으로 표현해 보였다. 아이들다운 순수함과 악의, 장난과 유머, 이것들은 일상 구어의 평이한 어투로 이야기되었다. 어느 것이나 우선은 덴마크어라고 하는 수단과 유럽 민속 문화라고 하는 영역에 규정되어 있으면서 실은 누구에게나 절실한 인간존재의 기층에 관계되어 있다.
애니미즘이라든지 이계(異界)관념이라든지 혹은 아동심리가 과연 인류에게 보편적일지 어떨지는 차치하고, 안데르센 동화에 한정해 보면 유럽과 일본과의 사이에 확실한 공통기반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컨대 메이지시대에 시작된 번역과 구독은, 일본인이 키워 온 일본 고유의 아이들다운 상상력이, 실은 유럽인들과의 사이에 공질성(共質性)을 가졌다는 것을 보증했다. 번역의 장해를 넘어서 소년 소녀들은 안데르센을 통해서 유럽인들과 세계를 공유한 것이었다.
물론 안데르센을 주제로 유럽과 일본만을 결부시키는 것은 전횡일지도 모른다. 아마 안데르센의 수용을 세계의 다른 문화 속에서 검증해 보면 같은 식견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작업은 앞으로의 과제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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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야마 고이치
도쿄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후 교토대학 인문과학 연구소 조수. 도쿄대학 문학부 조교수, 교수를 거치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립서양미술관장. 2005년 10월부터 인쇄박물관 관장. 전공은 서양 중세사, 서양 문화사. 현재「2005년 일ㆍEU 시민교류의 해」실행위원회 부위원장,『遠近』편집 위원
遠近(wochi kochi) 제8호(Dec.'05 / Jan. '06)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