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토 아비토(류큐대학 법문학부 교수)

 

시민교류를 위한 공통 기반을 만들다
▲ 한일 코디네이터에 의한 통괄 세션

「교류시대의 과제와 가능성」이라는 테마를 내걸고 「일한 세미나 2005」가 일본국제교류기금과 한
국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공동주최로 2005년 11월5~6일 이틀간 도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한일관계에 있어 정부간에는 때때로 시끄러운 일들도 있습니다만, 국민관계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을 둘러싼 여러 나라 중에서도 가장 친근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문화를 공유하며 각각의 전통문화의 고유성에 대해 서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최근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의한 한류 붐은 다시 한번 한일관계에 이제까지 없었던 좋은 이미지를 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양국관계가 정부나 일부 사람들의 주도에 의한 국가를 골조로 한 주권이나 국익이 우선되기 십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시민의 일원으로서의 자각이나 연대가 요구되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역이나 시민단체끼리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교류란 서로의 독자성을 존중하며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상호의 이해와 연대를 심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동아시아라는 지역사회도 이러한 시민주체의 교류를 통해 생활공간을 공유함으로써 비로소 실질성을 띠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가를 초월한 시민적인 교류의 발전이야말로 정치, 경제 혹은 문화·학술에 있어서도 교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일 양국 간에는 이미 이러한 시민교류의 조건이 계속 갖추어지고 있어 본격적인 「교류시대」를 맞이하려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인식과 전망에 입각해 이번 세미나에서는 시민 주도의 교류를 순조롭게 궤도에 올리기 위한 공통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에서 제안되었습니다.

 

한류와 니뽄필(日本 Feel)은 폭넓은 교류로 발전할 것인가?

▲ 종합토론
첫날 공개 심포지엄에는 사전에 응모한 시민 170여 명이 참가해 앞에서 언급한 본 세미나의 취지 설명을 겸한 기조 강연이 있었고, 그것을 근거로 한 「한류와 니뽄필」을 테마로 양국 전문가들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에서의 한류에 대해 모리 요시타카(도쿄예술대학 조교수)씨의 「『겨울연가』와 능동적 팬의 문화실천」 및 문옥표(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씨의 「한류와 동아시아 문화교류-중국과 일본의 맥락으로부터」의 보고를 듣고, 타시로 치카요(한국 엔터테인먼트·네비게이터)씨, 박인탁(윤스카라 대표이사)씨, 이은영(국회의원)씨 3인이 코멘트를 했습니다.
이어서 한국에 있어서의 니뽄필에 대해 정하미(한양대학교 교수)씨의 보고 「한국의 일본대중문화 수용-일본 만화의 캐릭터·네이밍의 단계론」와 하야시 나쯔오(토야마대학 조교수)씨의 보고 「『日流』는 존재했는가?」후 최구식(국회의원)씨와 노자키 무네토시(후지 텔레비젼 국제국 부부장)씨가 논평을 하고 종합 토론에서는 이들 발언자 전원의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한류와 니뽄필이 모두 미디어를 매개로 파급됨에 따라 양국 국민간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친근감이 형성되고, 특히 한류에 의한 이미지 효과가 향후 한국과 일본에 있어 보다 폭넓은 교류로 진전할 것인가 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전체의 토론을 통해서 받은 인상은 한류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경제적 효과, 문화산업의 육성정책, 국제시장을 목표로 한 기술·상품 전략 등의 면에 관민의 관심이 높은데 비해, 일본 측에서는 팬들의 심리나 행동 실천, 그리고 그 생활 배경 혹은 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한일 청소년
▲ 이토 교수의 기조강연

다음날의 비공개 세미나는 양국의 연구자, 저널리스트, 시민활동 관계자, 국회의원 등 총 30명이 출석, 원탁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전 중의 세션1은 한일 각각이 국내에서 직면하고 있는 공통의 과제를 채택해 서로의 상황과 경험에 대해 소개하고, 과제를 공유하며 연대해 해결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채택된 테마는 양국에 있어서의 타세대간의 관계를 둘러싼 과제로 그 중에서도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처음에 정진곤(한양대학교 교수)씨가 「디지털시대의 한국 청소년」이라는 표제로 인터넷 보급이 세계1위라는 한국에서 10대 청소년의 생활에 있어서의 인터넷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였습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그들의 행동이나 의식이 기성세대로서는 이해를 초월할 정도여서 세대간의 큰 격차가 과제로 부각되었습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망을 통해 취미나 놀이에 열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친구와의 연대를 넓혀 자신들의 의사를 정치에도 반영합니다. 이러한 최근의 동향에 대해 기성세대 중에는 위화감뿐만 아니라 때로는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 과연 일본의 상황과 어디까지 공통되는지, 일본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혹은 한국만의 독자적인 전개인가 라는 과제가 부상하였습니다.
한편 혼다 유키(도쿄대학 조교수)씨는 「일한 청년 노동시장과 학교교육」이라는 표제의 한일을 비교한 통계자료를 근거로 취업과 관련한 양국 청소년에게서 보여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학력지향과 결부된 상승의욕의 정도와 노동시장의 유동성, 그것과 결부된 학교의 역할이 재차 지적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유동성이 결여된 비개방적인 노동환경과 관련한 청소년의 취업 방식이 소개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보고에 대한 아리타 신(도쿄대학 조교수)씨, 전영평(대구대학교 교수)씨, 황윤옥(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국장)씨의 논평으로 양국의 세대간이 안고 있는 문제나 의식의 미묘한 차이, 학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존재와 역할의 차이 등이 부각되었습니다.

 

한일의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공생의 과제
오후에 있던 세션2에서는 「국가를 초월한 과제를 공유하기 위해서-양국 사회에 있어서의 다문화 공생」을 테마로 스즈키 에리코(현대문화연구소 연구원)씨의 「다문화화 되는 일본에 있어서의 『공생』을 생각한다」와 최흥석(고려대학교 교수)씨의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라는 두 가지 보고에 대해 강성(르포라이터)씨, 김우상(연세대학교 교수)씨가 논평 했습니다.
경제가 글로벌화 됨에 따른 경영합리화,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양국의 상황에는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문화·사회적인 수용과 관련해서도 언어·문화적으로 균질한 정도에 기인해 양국이 직면한 과제에는 공통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용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국민의 인내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과제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화교와 조선족,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인과 조선인, 화교 등 국내에 거주하는 소수 이주자가 향후의 문화적 공생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완수할 역할을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종합 토론은 세미나의 코디네이터인 필자와 한국 측 김광억(서울대학교 교수)씨가 사회를 맡았다. 첫날 사회를 맡은 와다 쥰(간다외국어대학 교수)씨와 앞에서 언급한 보고자 및 해설자 이외에 고바리 스스무(시즈오카공립대학 조교수)씨, 왕후이진(다문화공생센터·도쿄 21)씨, 나카가와 마사하루(국회의원)씨, 하라다 요시츠구(국회의원)씨 등도 참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생활자로서의 연대와 새로운 대화의 자세
이 세미나에서는 교류시대에 어울리는 쌍방의 과제 공유를 목표로 하는 유연한 자세를 시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양국에 공통되는 과제를 채택한 점도 있습니다만, 단순하게 공통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미묘한 상황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하는 자세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인식의 차이나 이해가 얽히는 테마에 대해 서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다망한 인사들이 한정된 시간 내에 의견을 교환할 경우, 상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칫 이익과 손해를 대표하는 것 같이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기 십상이어서 결국은 자신의 확신을 주장하고 끝나는 일이 많은 듯 합니다. 또 국제관계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일의 시민교류에 있어서 향후 더욱 더 생활자로서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단순한 의견 교환의 단계를 초월한 새로운 대화 본연의 자세가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이번과 같이 친밀한 공통의 테마를 채택하는 것이 서로 대화를 심화시키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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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아비토 (伊藤亜人)

도쿄대학대학원 사회학연구소 석사과정 수료. 동아시아 문화인류학·민족학을 전공. 특히 한국에 있어서의 농촌 연구·응용인류학·개발인류학 중심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쿄대학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를 걸쳐  2006년 4월부터 현직. 주요 저서로는 『 더 알고 싶은 한국』『생활을 알 수 있는 아시아 독본 한국』등. 한국연구나 양국 교류의 공로로 03년 10월 한국정부 옥관문화 훈장 수상

 

遠近(wochi kochi) 제10호(Apr./May. 2006)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