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8)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
(束芋/아티스트)
작년에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여행을 했다. 자동차 한 대로 나가노에서 아키타까지 가서 아오모리에서 페리를 타고 홋카이도로 들어갔다. 가능한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차에서 보이는 경치를 즐기면서 흥미로운 대상이 눈에 들어오면, 때로는 차를 세우는 느긋한 여행이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속 60킬로 정도의 속도로 앞쪽에서 뒤쪽으로 지나쳐간다. 그 속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주의를 끌기 쉬운 것'이며 그것은 규모가 크다거나 화려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것'이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온다. 같은 장소를 같은 차 안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보고 있는 풍경에도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차에 타고 있는 네 명이 제각기 전혀 다른 '흥미'라는 관점을 가지고 하나의 풍경을 편집하고 있었다.
다바이모(束芋) 「단지층(団地層)」2009년 ⒸTabaimo/Courtesy of Gallery Koyanagi 요코하마미술관20주년기념전 기간:2009년12월11일(금)~2010년3월3일(수)
다바이모 「단면의 세대」
회장:요코하마미술관
아버지는 운전하시면서 표지판이나 도로 상황에 신경을 쓴다. 동생은 지나가는 사람들. 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물들. 그리고 엄마는 길가의 작은 풀들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 봤어?" "어, 뭐 말이야?"라는 대화로 인해 각자의 편집작업을 일단 멈추고 다른 사람의 흥미대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인생도 마찬가지여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는가에 따라 듣고 보는 것, 경험하는 것이 바뀌게 되고, 같은 사람이 포커스의 대상을 변화시킴으로써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비뚤어진 정의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흐뭇해하기 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응징할지를 생각했다. 부정적인 요소가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즐거운 일이나 기분 좋은 일을 찾아낼 여유가 없었다. 상당한 에너지를 거기에 쏟고 있었으며, 게다가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때의 수 백배나 되는 컴퓨터 용량을 갖고 있으며 처리능력도 훨씬 빨라졌고 데이터를 휴대하는 것도 편리해졌다. 단순한 덧셈으로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의 진보를 개인이 경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컴퓨터의 진보를 실감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포커스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였다. 미대를 지망하기로 하면서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작은 희망을 갖게 되자 부정적인 포커스는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한창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이상 파인더에 담기지 않게 되었다. 눈 앞의 풍경 중에서 선택을 하는 요소와 편집으로 제외시켜 버리는 요소가,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정반대가 되었고 내 인생도 대역전을 맞이하였다. 인생은 의외로 단순해서 항상 자신이 선택한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보이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누어 받음으로써 풍요로워진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옆에 있는 사람이 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세상의 가능성도 점점 더 확대되어 간다.
「「をちこち」제32호(Dec.'09/Jan,10)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