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단법인은 현재 1만 2586단체(2005년 10월 현재, 2006년도『공익법인백서』)이다. 그 중에서도 국제교류를 손수 실천하거나 조성 등의 형태로 지원하는 재단이 많이 있다. 국제교류에 있어서 재단의 의의와 함께, 앞으로 시민사회 안에서 달성해야만 하는 재단의 역할, 또한 시민에게는 어떠한 재단이 매력적인지 까지 재단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세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에노기타 가쓰토시(榎田勝利)

  - 아이치슈쿠토쿠 대학 문화창조학부 교수
  고마쓰 쥰에쓰(小松諄悦)
  - (재)시부사와에이치 기념재단 이사, 전 일본국제교류기금 일본연구ㆍ지적교류부장
  나카노 가요코(中野佳代子)
  - (재)국제문화포럼 이사 겸 사무국장

 

재단의 일부터 국제교류에 관련되다


나카노  재단 일과 관계를 맺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평화연구의 일환으로 국제관계론을 전공하던 때 입니다. 당시 저는 문화의 시점으로 본 국제관계 전체를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하나의 행동주체로서 국제문화교류에 종사하는 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하자고 생각해 일본국제교류기금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민간단체로 옮겨 일본국제교류센터, 그리고 현재 소속해 있는 국제문화포럼 등 3개의 조직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국제문화포럼은 민간 사업형 재단입니다. 세계 초ㆍ중ㆍ고교생의 상호이해 증진을 목표로「서로의 말과 문화를 배우자」「개인과 개인의 대화를 장려하자」라는 것을 사업의 기본으로 두고 있습니다. 문화교류 중에 언어는 의외로 등한시 되고 있는 듯 합니다만, 교류에 있어서 언어는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며 특히 상대의 모국어를 배우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지극히 중요한 일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다양한 언어, 문화를 접해 봄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사귀어 나갈 것인지를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상호 언어교육의 입장에서부터 해외의 일본어교육과, 일본내의 외국어교육이나 국제이해교육을 촉진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영어 이외에 촉진시켜야 할 외국어로서 이웃나라의 언어인 중국어ㆍ한국어 교육 촉진에 힘을 쓰고 있으며, 국내외의 교육현장을 잇는 교사나 학습자간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노기타  저는 국제교류 분야에서 5번 정도 이직한 후 현재 대학의 교원이 되었습니다. 지방의 국제화가 명문화되었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지방자치체 등의 후원으로 전국 각지에 국제교류협회가 잇달아 설립되고, 그 중 하나인 나고야(名古屋)시가 설립한 외무성 인가의 재단법인 나고야국제센터에서 84년 설립 당초부터 근무했습니다. 동 센터는 중부지역 국제교류의 종합적인 거점시설로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였습니다만, 항상 참가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어 나고야 시민, 아이치(愛知県)현민 일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곳에 올 수 없는 많은 시민과 현민들에게 국제교류의 즐거움, 중요함이나 의의를 알게 하는 것이 지방에 있어서 국제교류거점의 역할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모두 알고 계시는「잘못 쓴 엽서를 모아 국제협력을 하자*1」라는 캠페인을 처음으로 기획하였는데, 이게 생각치 못하게 크게 퍼지게 되었습
니다. 국제적인 활동은 문턱이 높다고 평소 생각하던 일반시민이나 초ㆍ중학생, 고령자 클럽까지 참가ㆍ협력하여 잘못 쓴 엽서가 많이 모여져 국제협력사업의 자금원이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가까이에 있는 시민국제교류, 협력의 실천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 센터에서는 이 운동을 통해 세계로 시야를 넓혀 도상국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을 만드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16만장 정도의 엽서와 1억엔이 넘는 자금이 모여져, 10개국 55개의 프로젝트에 활용되었습니다. 캠페인은 그 후 다양한 국제교류ㆍ협력단체에서도 활용되었습니다. 그러한 전개를 최초로 시작한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합니다.
나고야국제센터를 퇴직한 후 92년에 일본국제교류기금 일미센터의 지역 시민교류 분야의「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DC의 포인트 오브 라이트 재단의 객원연구원으로서 1년간 공부했습니다. 당시는 NGO나 자원봉사활동이 일본 사회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로 선진 미국에서 매니지먼트나 네트워킹을 조직하는 방법을 배운 것은 매우 의의 있는 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2005년의「아이, 지구박람회(愛ㆍ地球博)」의 개최에 즈음하며 3만명의 자원봉사자를 조직화하는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개최 전에 400회를 넘는 자원봉사자 연수를 실시하였습니다. 시민 참가를 구가한「아이, 지구박람회」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크게 고조되어, 그 성과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게 하기위해「아이, 지구박람회」의 계승조직으로서 NPO법인 아이, 지구박람회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공익활동을 육성하는 풍토


고마쓰  저의 학창시절은 대학분쟁이 한창이던 때로 취직에 대한 선택사항이 별로 없는 채 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회에 들어갔습니다. 2년 후인 1972년 10월에 국제문화진흥회는 특수법인 일본국제교류기금이 되었습니다(03년 10월부터는 독립행정법인).
저는 처음에 국제교류라는 것 보다도 문화에 관한 일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늘 한발 앞선 새로운 것을 하자라는 의식만은 가지고 있어서, 특수법인이라는 어떤 의미에서의「관공서」속에서「야인(野人)」으로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사도 당시에는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고 즐거웠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과라는 무대예술을 다루는 부서에서는 70년대 초부터 공동제작을 의식해 일본인 공연가를 해외에 파견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공연을 받아들이는 쪽, 구체적으로는 동남아시아로부터도 자신들의 예술이나 예능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아시아전통예능교류(ATPA)라는 사업에도 손을 댔습니다. 공연 외에 실시한 아시아 각지의 전통예능 연구보고서, 녹음레코드, 기록영화의 성과물은 현재 귀중한 무형문화재자료가 되었습니다.
2006년 10월부터는 시부사와 에이치 기념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민간재단으로 기업재단이 아닙니다. 실업가였던 시부사와 에이치 개인의 자산을 바탕으로 설립된 재단이므로 정부조직이었던 일본국제교류기금과 비교하면 어떠한 속박도 없는 매우 편안한 기분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정된 작은 일이지만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카노  국제문화포럼은 87년에 고단샤(講談社)를 중심으로 6개 기업의 기부로 만들어진 기업재단입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기업의 이익에 의해 휘둘러지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품었습니다만 그러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중심이 된 고단샤가 오너기업으로, 창업자로부터 계승된 기업풍토 속에 사회공헌의 기풍이 뿌리 내렸기 때문입니다.
초대 사장의 뜻에 따라 41년에 노마봉공회(野間奉公會)(현 노마문화재단)가 설립되었고 일본의 출판문화를 일으키기 위하여 노마상(野間賞)(현 노마문예상 등)을 창설한 것 이외에, 4대 노마 쇼이치 사장 때에는 더욱 더 세계 출판문화에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수많은 사회공헌활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일본문화를 영어로 해외에 전파하기 위하여 이윤을 도외시한 고단샤 인터내셔널을 설립(63년)하거나, 유네스코ㆍ아시아문화센터의 활동에도 협력하여 아시아, 아프리카의 출판문화 진흥에도 전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회공헌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가진 기업이 후원자가 되어 영리기업활동의 얽매임 없이 독립된 공익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말로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익성과 직원들의 진정으로 노는 마음


에노기타  제 나름의 재단에 대한 정의입니다만, 사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있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을 하는 조직이라고 어림잡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다양한 성격의 재단이 있으며 선구성, 시민성, 국제성 등 각 사업의 우선순위는 가지각색입니다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공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카노  재단은 공익을 모토로 활동하는「공익법인」이라는 역할을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사회적 요구가 다양화되는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행정만이 공익을 떠맡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 의미로 현재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많은 NPO법인과 같습니다만, 재단은 일정규모의 사업을 계속해서 시행하기 위한 재정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마쓰  일본국제교류기금은 독립행정법인으로, 조직형태를 엄밀하게 따지면 재단법인은 아니지만, 재팬 파운데이션이라고 재단을 나타내는 영어「파운데이션」을 이름으로 쓰고 있어 넓은 의미로는 재단적 기능을 다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카노  그렇다면「매력적인 재단이란 무엇인가」라고 할 때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우선 시대의 선두를 읽는 문제의식에 입증된 비전이랄까, 이념을 명확하게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이념을 구현화 하기위한 자금과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은 행정과는 다르게 단기적인 국익이나 정치적인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전례나 공평성, 균등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기동성과 선구성이 풍부한 일을 하기 쉬운 점에 매력을 느낍니다. 한다고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유연한 곳입니다. 반대로 문화교류라든가 교육의 영역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착실하게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도 많은데, 재단에서는 바로 결과를 낼 수 없더라고 차분히 몰두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교류나 교육이므로 대외적으로 국익이 아닌 민간의 이익을 전면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단의 활동에 혼을 불어넣는 것은 지혜와 기력을 갖춘 직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을 담아 정성껏 일을 한다. 그 마음은 꿈이나 뜻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고양시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고마쓰  오해를 두려워 않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제교류는「놀이」이니까요. 역시 즐기는 마음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사람과의 교류는 불가능합니다.
나카노  기업의 출자든, 세금을 기본 자금으로 한 정부나 자치체의 출자든, 재단의 활동은 사람이 땀 흘려 번 돈을 사용해서 실시하기 때문에 매우 진지한「놀이」입니다. 그런 만큼 끊임없는 반성과 재검토가 불가결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제교류에 관련된 인재 만들기


에노기타  지금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장래에 재단에 취직하고 싶다는 학생은 없습니다. 직업으로서 재단에 근무한다는 것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제협력이나 국제교류의 분야라면 어느 정도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조차도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정보가 적습니다.
고마쓰  대학들도 저출산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 생존을 걸고 국제교류관계 등 수험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학과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습니다만, 4년간 공부해도 배운 것을 살린 취직이 불가능하다면 도태되는 곳도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국제교류 관계자 일동이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학문으로서도 성립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에노기타  국제협력 분야는 몇 개인가 학회도 있고 학문으로서 확립되어 있는 것 외에 정부개발원조(ODA)를 비롯하여 사업에 돈이 돌아가고 있으므로 마켓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교류 분야는 그 점이 아직도 한참 모자랍니다. 현실에선 정부, 자치체, 민간과도 고액의 자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지금 전국의 대학에서 국제관계나 국제교류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1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애써 학문을 익혀도 배운 것을 일로 직접 활용할 기회가 적습니다. 즉, 재단법인은 1만 수천 개나 있지만 소위 말하는「업계」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재단이라는「업종」을 조금 더 종합적인 형태로 사회에 어필할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재단에서 사업의 선정ㆍ기획ㆍ실시ㆍ평가까지 실시하는 프로그램 오피서의 일은 정말로 보람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장래에 담당하게 될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국제문화교류의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국제교류분야의 전문가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 조력자)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는 한편, 대학에서도 커리큘럼 만들기부터 시작해 교재제작, 지도자 육성 등을 실시하여 학문으로서의 국제교류학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잘못 쓴 엽서를 우체국에 가지고 가 수수료를 뺀 금액 분의 우표나 엽서로 교환하거나, 또는 돈으로 바꿔서 국제협력을 위한 자금을 얻는 활동

 

遠近(wochi kochi) 제15호(Feb./Mar.'07)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