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는 잇는 사람을 위한 도시·요코하마
지난 호에 이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8의 종합디렉터인 미즈사와 츠토무(水沢勉)씨와 건축가인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씨의 대담을 보내드립니다.
※대담은 요코하마의 도시적 특징에서부터 국제미술전 개최가 요코하마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등의 화제로 열띤 토론을 전개해나갑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에 요코하마시가 건설하는 ‘요코하마 부두 가설 전시장’에 관하여 니시자와씨의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생활의 시간적 흐름에 대한 비판과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니시자와 이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8의 컨셉트는 미즈사와씨가 정하셨지요.
미즈사와 컨셉트라기보다 저는 키워드로서 ‘Time Crevasse’라는 타이틀을 제안했습니다.
니시자와 시간의 틈새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미즈사와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시간적 흐름을 저항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생활의 시간적 흐름에 대해 의문을 던지거나 충돌해 본다든가 하는 것을 통해서, 어떤 종류의 비판과 거리감을 만들어냅니다. 그러한 반응을 제시하는 작가와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뛰어난 아티스트들은 이미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선정된 작가들은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니시자와 그러면 어디까지나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군요.
미즈사와 그렇습니다. 시간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오히려 소리로 느끼거나, 온도의 차이로 느끼고, 또 다른 오감의 형태로 시간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Time Crevasse’라는 말 안에는 시각적인 것을 우선한 표현이 아닌, 다른 것들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니시자와 그래서 아티스트들에게 요코하마라는 장소에 대한 관련성을 강조하시지 않는 것이군요.
미즈사와 관련성을 지나치게 의식하지는 않지만, 요코하마가 갖고 있고 또 요코하마 안에 내재된 역사성과 현대라는 것은 그냥 단지 땅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연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는 쐐기 같은 것이 박혀있어서 틈새 같은 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와 작품을 연출하고 싶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니시자와 참가하는 아티스트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미즈사와 최종적으로는 7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퍼포먼스성 있는 작가와 작품, 예를 들어 시각적인 작품을 만들고 동시에 퍼포먼스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 그 작품에 작가 자신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냥 작품을 전시하는 것과는 또 다른 면을 연출 할 수 있는 작가를 선정하려고 합니다.
마스터플랜이 없는 민주주의 시대의 도시
니시자와 미즈사와씨는 요코하마에서 태어나셨습니까.
미즈사와 요코하마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고호쿠구(港北区)의 히요시(日吉) 출신이라 간나이(関内, 요코하마의 중심지)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요코하마보다는 오히려 도쿄 쪽에 가깝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코하마에는 자주 놀러 왔었지요.
니시자와 전철이나 차를 타고 도쿄로 나가면 활동범위가 굉장히 넓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고층 빌딩에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도쿄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치바(千葉)나 사이타마(埼玉)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즈사와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6월부터 8월까지 ‘글로벌 시티즈(Global Cities)’라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 하는 주제였는데 런던 외에도 카이로, 이스탄불, 요하네스버그,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 뭄바이, 상파울로, 상하이, 그리고 도쿄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각 도시의 크기뿐 아니라 속도와 다양성 등을 여러 각도로 분석한 상당히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첫 부분에 전시할 작품으로 큐레이터가 선택한 것은 사진작가 하타케야마 나오야(畠山直哉)씨의 작품인 ‘도쿄/모리빌딩’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모리빌딩이 소장하고 있는 도쿄 모형을 파노라마로 촬영한 것으로, 항공사진처럼 실물 이상으로 리얼하게 보여주는 묘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그 작품이 ‘글로벌 시티즈’를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밖에도 항공사진을 바탕으로 한 도쿄 해설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치바나 요코하마도 들어있었습니다.
니시자와 유럽적인 사고로 보면 도시란 마스터 플래너가 만드는 것입니다. 마스터 플래너는 왕이나 왕족, 건축가 등 다양하며, 무엇을 마스터 플래너로 부르는 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컨대 한 사람의 사상이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미즈사와 19세기 건축가인 칼 프리드리히 쉰켈(Karl Friedrich Schinkel)이 베를린을 만든 것처럼 말이지요.
니시자와 그에 비해서 민주주의 시대에는 모두 함께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마스터 플랜이 따로 없고, 모두가 동시에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해서 일제히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도쿄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저런 것이 민주주의 시대의 도시 풍경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사람의 생활을 위한 도시가 요코하마에는 남아있다
미즈사와 니시자와씨는 건축가로서 요코하마라는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니시자와 우선 역사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이 비교적 적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간사이(関西)지방 서쪽의 도시들은 전쟁의 상흔이 너무 크고, 도심부가 새롭게 만들어진 곳이 많습니다. 요코하마의 경우는 공습을 받긴 했지만 어느 정도 역사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는 중심부를 보존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도시 입니다.
미즈사와 도쿄만큼 ‘스크랩 앤드 빌드’(scrape & build:노후한 건물을 허물고 신기술을 이용하여 설비 등을 재건하려는 생각 )가 없지요.
니시자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적 건축물이나 도시계획, 그리드(바둑판 모양)형 도로와 공원 등에는 역사성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도시 전체가 그러한 것들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즈사와 트리엔날레 전시장 가까운 곳에도 요코하마 유센빌딩과 요코하마 관세 건물 등 역사적 건축물이 있지요.
니시자와 도쿄와 비교하면 좋은 의미에서 요코하마는 로컬이라 할까요, 지방도시이지요. 예를 들어 요코하마구장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야간 경기를 보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일들이 도보권내에서 가능한 생활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과거에 도시는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식사를 하고, 공원에서 쉬고,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아침에는 출근을 한다는 식으로 생활 전부가 도시의 도보권내에서 가능했었습니다. 피렌체의 첸트로(역사적지구)도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 15분 정도면 됩니다. 파리에도 그런 생활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근대화로 인해 도시가 거대화 되고, 그러한 상징적인 예의 하나가 도쿄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사람이 생활을 위한 컨셉트로 도시를 만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요코하마시도 마찬가지로 거대화되고 있지만, 간나이 지역만 본다면 아직도 예전과 같은 작은 규모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간나이 홀이 바샤미치(馬車道) 도로에 면해 있고, 조금 더 걸어가 노게(野毛)에서 술을 마시고 바다 쪽으로 나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미즈사와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미수호통상조약으로 일본은 개항을 하게 되었고, 미국은 에도(江戸)로 접근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가나가와(神奈川)의 개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에도막부는 도카이도(東海道)라는 중요 도로에 위치한 역참 마을에 항구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가나가와에서 떨어진 요코하마에 항구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컨트롤하기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요코하마는 그 성립 당시부터 독립성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간몽(関門)’이라 불리는 관문을 만들어, 간나이를 주변과 구분하여 컨트롤하면서 키워나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런 집약적인 도시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요코하마의 특수한 분위기는 그런 배경에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트리엔날레가 신항 부두에서 개최되는 의미
니시자와 이번에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가설 건물은 매우 좋은 장소에 마련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미즈사와 신항 부두로 바샤미치의 축선입니다. 문화 시설이 도시의 축선상에 생긴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니시자와 요코하마 간나이의 도로는 그리드형 도로망이 깔려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리드형 도로망에는 들어가지 않는 강렬한 성격을 가진 도로도 있습니다. 바샤미치에는 역사가 숨쉬고 있고 거기에서 좀 더 가면 신항 부두, 즉 새로운 항구가 있습니다(건설 시기는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1868~1912) 후기에서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1926)). 그 앞쪽에 세우는 건물이므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서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인이라면 대단히 특별한 건축물을 세울 만한 장소이지요.
미즈사와 간나이에서 바샤미치를 지나 바로 바다와 연결되는 곳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곳이 요코하마의 도시 형성과 관련한 가장 확실한 축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항 부두는 트리엔날레 개최 후 2009년에는 ‘개항 150주년 기념사업’ 장소로 사용될 계획이고, 그 이후에는 개발이 더 진행될 것입니다.
니시자와 요코하마시 행정 활동의 매력은 바닷가를 공공의 장소로 만들려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개국을 하고 전쟁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바닷가는 원래 국가 소유였습니다. 도쿄의 오다이바(お台場)가 상징하듯이 그곳은 국경이며 방위선이었습니다. 그런 역사로 인해 국민들은 바닷가를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바다 주변은 전선이었고 군수산업 지대였으며, 그 후에는 중공업 지대로 바뀌었습니다. 그곳이 시민을 위한 공원과 도서관으로 개방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요코하마는 그러한 바닷가를 시민의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야마시타 공원은 예로부터 그러했고 최근에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도 그렇습니다. 시민들은 신항 부두에 대해서 철책으로 막혀있고 화물을 내리고 처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잘 알 수 없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죠.
미즈사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항 부두에서 트리엔날레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트리엔날레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건물이 결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것을 보존하면서 첨단 미술도 환영한다
니시자와 도쿄와 뉴욕은 소비와 비즈니스를 위한 도시로 19세기부터 20세기의 모더니즘이 봉착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도시’의 전형입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매우 특별한 도시 형태를 형성했습니다만, 그러한 형태에서 다시금 도시를 사람을 위한 곳으로 되돌리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쟁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선 이후, 해안선에 사람들의 생활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떨까, 상업시설이나 미술관이 생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요코하마의 간나이는 원래부터 사람들의 생활을 위한 도시라는 모델을 갖고 있었으며 그러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가진 도시입니다.
미즈사와 그렇군요.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으로서 야마테(山手)와 간나이에 둘러싸인 지역 안에 작은 도시 형태의 이상형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요.
니시자와 소비와 비즈니스를 위한 도시라는 모델을 초월한 도시 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어떤 시사점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즈사와 역사적인 것도 훌륭하게 보존하면서 동시에 첨단 미술도 환영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말이지요.
니시자와 그렇습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라는 국제미술전을 교외가 아닌 도시 안에서 계속 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컨셉트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도시의 이미지도 변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즈사와 신항 부두에 만드는 건물을 포함해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기폭제가 되어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습니다.
(2007년 8월 20일,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사무국에서)
|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8에 대하여 |
「をちこち」제19호(Oct./Nov.'07)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