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무라 미쓰마사(田村充正) - 시즈오카대학 인문학부 교수


일본에서보다 해외 일본어 학습자에게 더 잘 알려진 콩쿠르

제7회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 포스터. 응모는 2008년 12월10일로 마감되며 수상식은 2009년 가을 시즈오카현에서 거행될 예정.


1995년 12월에 시작된 <시즈오카 세계번역 콩쿠르>는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하여 현재 제7회 모집이 진행 중에 있다.
일본 소설 3편, 평론 3편의 과제 도서 중에서 각 1편씩을 선택하여 지정된 외국어로 번역한다. 시상은 최우수상에 상금 100만엔과 일본유학 1년간의 지원금, 우수상에 상금 30만엔, 장려상에 상금 10만엔이 수여되며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자는 시즈오카(静岡)시에서 개최되는 수상식에 초청된다.
번역이라는 수수하고도 빛을 보지 못하는 작업에 이만큼 화려한 조명을 비추는 콩쿠르는 드물다. 실행위원회 사무국 직원들이 지정언어 국가의 주요 대학과 일본연구센터를 방문하여 홍보한 성과도 나타나, 이 콩쿠르는 일본 국내의 낮은 지명도에 비해 해외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세계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사고를 언젠가는 이해해 줄 것으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 스스로가 이를 널리 그리고 정확하게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즈오카현이 시도한 것이 바로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이다. 일본어를 이해하고 일본문화를 알릴 수 있는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데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원래 국가적 사업으로 실시하여도 좋을 만한 문화정책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즈오카가 세계의 문화도시로서 성장해 가도록 앞으로도 콩쿠르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싶다.”고 주최자인 이시카와 요시노부(石川嘉延) 시즈오카현 지사는 제1회 콩쿠르 심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밝혔다(「시즈오카신문」1997년 6월 5일자)

 

이질적인 것, 미지의 것을 수용하는 번역이라는 행위
번역이라는 말을 들으면 중학교에서부터 영어를 유일한 외국어로 배워왔고 여기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영문의 일역(日驛), 일문의 영역(英譯)이라는 기술적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번역이라는 개념은 생각 이상으로 폭 넓고 깊은 영역을 포괄한다.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타인의 말을 듣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할 때에는 변환이라는 작업(언어 내 번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인기 만화가 원작인 영화나 TV드라마를 보고, 원작과의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예술 매체간의 번역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기가 처음에 어머니나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도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비고츠키가 말한 것처럼, 외언(外言)을 내언화(內言化)하는 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이질적인 것, 미지의 것을 변환하여 수용하는 번역이라는 행위는 인간생활의 근원적인 활동인 것이다.
번역론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외국어를 모국어로 혹은 모국어를 외국어로 바꾸는 언어간 번역의 문제는, 각각의 언어가 갖는 특성을 충분히 인식한 후에,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는 문학관, 문화관, 세계관까지도 시야에 두고 임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 번역으로 인하여 이문화 교류(타자의 이해)가 크게 진전되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 속에서 시즈오카가 완수해 온 번역의 전통을 계승한다
번역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에도막부(江戸幕府) 말기(1853년 이후)부터 메이지(明治, 1868년~1912년) 초기의 문명 개화기에 걸쳐, 국가 존망이 걸린 시급한 과제로서 구미의 사회제도와 풍속, 관습을 받아들이던 시기에 번역이 담당해온 역할이 지극히 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근대문학도 구미의 번역작품을 통해 비로소 성립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이 시대에 시즈오카 학문소(静岡学問所)의 교수였던 나카무라 마사나오(中村正直)가 번역하여 변혁기 일본의 청년층에 큰 영향을 미친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의 저서 『서국입지편(西国立志編, 원제:Self-Help)』은 시즈오카번(静岡藩)의 지원을 받아 출판되었다. 또한 현재 일본의 시(詩)로서 정착된 일본 근현대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서양시 번역서 『신체시초(新体詩抄)』(1882년)를 편집번역한 것은 시즈오카번 출신의 사회학자인 도야마 마사카즈(外山正一)였다. 이러한 사실들과, 현재 시즈오카현이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를 통해 구미뿐 아니라 근린 아시아 각국, 러시아 사람들과의 공통이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메이지와 헤세(平成, 1989년~)라는 시대의 벽을 넘어, 그리고 수신이 아니라 발신이라는 형태로 번역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역하여 응모하는 것 만으로도 고도의 일본어 능력 필요
그러면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는 어떻게 운영되며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과제 도서 등 콩쿠르의 응모 요강은 전년도 콩쿠르의 수상식이 개최되는 9월에 발표되고 다음해 12월까지가 응모기간이 된다. 다시 말해 응모자는 1년 3개월이란 기간 동안, 결코 평이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일본어 문장을 지정된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지정 외국어란 영어와 영어 이외의 언어, 즉 제1회부터 프랑스어, 중국어, 독일어, 한국어, 러시아어로 정해졌으며 제6회부터는 아시아 언어가 상설 언어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제6회는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현재 진행 중인 제7회는 영어와 독일어, 한국어가 지정 언어이다.
과제 도서는 전부 만만치 않은 깊이가 있는 작품으로, 예를 들어 제5회는 가지 모토지로(梶井基次郎)의 『어떤 마음의 풍경』, 후지사와 슈헤이(藤沢周平)의 『소나기』,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의 『섬머 블랭킷』이라는 소설 3편과 마사무네 하쿠쵸(正宗白鳥)의 『톨스토이에 관하여』,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의 『「논어」읽기의 즐거움』, 이케자와 나쓰키(池澤夏樹)의 『과학과 지적호기심』이라는 평론 3편이었으며, 번역에 있어서 6개 작품이 저마다의 어려운 점을 안고 있는 작품이다.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어두운 내면을 감각적으로 써내려 간 가지 모토지로의 소설은 마치 산문시처럼 요령부득이며, 스토리 전개가 명쾌한 후지사와 슈헤이의 작품은 무대가 되고 있는 에도의 풍속을 외국어로 옮기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평론 또한 논어나 과학서적을 대상으로 논한 작품으로 각 분야의 전문용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이에 뒷받침된 번역이 요구된다.
일본어 중급 정도의 학습자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이 중에서 소설 1편, 평론 1편을 완역하여 응모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일본어 실력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5회의 응모자수는 영어 부문 181명, 러시아어 부문 110명으로 총 291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수 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된 수상자 각 5명(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2명)의 번역작품은 금방이라도 출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응모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역시 20대가 가장 많았고, 최고령 응모자는 영어 부문의 90대, 최연소자는 러시아 부문에 응모한, 일본 체재 중인 18세 러시아 여학생이었다.

 


제6회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 심사결과 발표 모습. 결과는 보도발표 외에 본인에게 직접 통보되었고 수상식은 후일에 열렸다.

수상 후에도 지속되는 시즈오카와의 유대관계와
번역문화 교류활동에 대한 지원
제5회 영어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로 영국 뉴캐슬대학의 티칭 펠로우인 엥거스 터빌(Angus Turvill)씨는 수상 후의 유학생활을 시즈오카대학 대학원에서 보냈다.
체재하는 1년 동안 ‘후지노쿠니(ふじの国) 친선대사’㈜와 마찬가지로 현(県)의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일본의 교육제도를 시찰하거나 지역의 현민들을 대상으로 ‘번역 세미나’ 등을 개최하였다. 또한 시즈오카대학 인문학부 언어문화학과 교원으로 조직된 번역문화연구회의 정례모임에서 「일영(日英) 번역에 있어서의 문제점과 경향 -『이즈의 무희』의 영어역 분석-」 (『번역의 문화/문화의 번역』 제2호, 2007년 3월)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발표하였다.
귀국을 앞두고 현청을 방문하여 “1년간 일본문학 번역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유학 경험을 살려 뉴캐슬대학에서 번역 코스를 보강해나가고 싶다” (「시즈오카신문」 2007년 8월 28일자)고 밝혔다. 향후의 포부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설국』을 새로운 영어번역으로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의 수상자들은 수준 높은 번역능력을 평가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시즈오카현 교육위원회가 주최하는 현내의 고등학교에서 ‘이문화 교류 강좌’의 강사를 맡거나(제4회 콩쿠르 한국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명순씨는 도이(土肥)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최근 한국의 일본문화 수용에 대한 강연을 하였고, 영어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낸시 로스씨는 요시와라(吉原) 고등학교의 국제과에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교재로 사용하여 번역 수업을 진행하였다), ‘시즈오카 세계 번역자 네트워크’의 회원으로 등록하여 시즈오카와의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향후의 번역문화 교류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시즈오카 세계 번역자 네트워크는 본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이신 콜럼비아대학의 도널드 킨(Donald Keene) 명예교수가 2003년에 설립한 조직으로 창설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번역출판 균형은 외국문학 수입과다 상태이며, 일본문학의 수출은 그 2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일본문학을 좀 더 세계에 발신하여, 경제대국이 아닌 문화대국으로서의 일본을 알릴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문학을 번역할 수 있는 번역자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의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도널드 킨 재단이 발행하는 인정서가 증정되고, 이 네트워크의 회원으로 인정되어 번역출판에 따른 여러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번역을 통해서 일본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발신해 나가는 시도로는 과거에는 시즈오카현  미시마시(三島市) 출신으로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의 기획위원장이신 오카 마코토(大岡信)씨가 발기한 ‘일본서적 100권 번역 모임’과 최근에는 수상작품을 해외로 번역출판하는 것을 보장하는 ‘오에겐자부로상’, 메이지 시대에서 현대까지의 일본작가의 작품 번역을 해외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그 일부를 세계각국의 문화기관에 기증하는 문화청의 ‘현대일본문학의 번역 보급사업’ 등을 들 수 있다.
21세기의 세계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확고한 위치를 다져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이러한 문화정책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인식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져갈 것이다.

 

콩쿠르 발전을 위한 다른 문화창조 프로젝트와 연계
이렇게 선구적이면서 뜻 깊은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이지만 순조로운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하나는 현민들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콩쿠르의 실행위원회는 콩쿠르를 해외에 홍보하고 응모작품을 정리하여 심사하는 작업을 수면하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민들에게는 2년에 하루, 한 번 뿐인 국제 문학 심포지엄과 함께 개최되는 행사라는 인상이 강하다. 실행위원회는 콩쿠르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확대해가기 위해 현내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즈오카 주니어 변역 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시즈오카현 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긴축재정으로 콩쿠르에 할당되는 예산 상황도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다. 저명한 심사위원장과 기획위원장이 고령이기 때문에 후계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의 어려움을 어떻게든 극복하여 ‘세계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시즈오카현이 올해로 제5회를 맞이하는 ‘시즈오카 국제오페라 콩쿠르’와 그리스에서의 개최에 이은 제2회 ‘시어터 올림픽’ 개최 등 다른 문화창조 프로젝트와 함께 시즈오카 세계 번역 콩쿠르를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귀중한 복류(伏流)로서 발전시켜 갈 것을 기대한다.

 

다무라

미츠마사

(田村充正)


사이타마현 출생.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졸업, 동대학원 문학연구과 졸업. 비교문학, 러시아문학 전공. 저서로 『「설국」은 소설인가-비교문학시론-』, 공편저『가와바타 문학의 세계』 전5권이 있다.

 

「をちこち」제21호(Feb./Mar.'08)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