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국가 프로젝트로 광주가 새롭게 태어난다 -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구상

 

이병훈

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전남대학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대통령비서실(서기관), 전라남도 광양군수, 전라남도 기획관리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본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저서 <문화 속에 미래가 있다>.[현대문예] 제31회 수필부문신인문학상 수상.

 

새시대 도시개발은 문화가 성장의 기반
 

2012년 완공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완성예상도)

한국의 도시들은 지난 한 세대 동안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탈산업화가 도래하고 사회 전반에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삶의 영역이 확장되어가고 있는 지금, 대부분의 한국 도시들은 성장기 동안 급조된 주택과 토지이용의 틀, 산업구조를 새롭게 정비하고 쇄신해야 하는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문화적 패러다임이 미시적인 일상생활의 방식으로부터 거시적인 산업구조와 제도 구조 전반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금 시대는 ‘지식정보화 사회’를 지나 감성, 체험 등 문화적 요소가 강조되는 ‘창의적 문화경제 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문화적 창의성이 국가발전의 성장 동력이자 핵심 경쟁력이 되고, 문화가 갖는 연성적 힘(soft power)이 국가의 전략적 가치로 부각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 하에 문화를 성장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도시개발의 모델로 추진된 사업이다.
광주는 한국에서 '예향(藝鄕)의 도시'로 통한다. 전통음악인 판소리의 고장이자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해낸 문예의 고장이고, 최근에는 여러 아시아권 비엔날레 중에서도 선도적인 위치에서, 광주의 국제적인 문화행사의 운영 역량을 보여준 광주비엔날레를 치룬 도시이다. 또한 광주는 분단 이후 근대화의 전 과정에서 한국의 역사적 지향들을 견인한 거점이자 중심으로의 역할을 수행해온 역사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광주가 ‘예향의 도시’, ‘의향의 도시’로 불려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문화도시로서의 광주의 잠재력은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정책목표는 문화교류・평화예술・문화경제에 의한 도시조성

 




 



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물 배치도    우> 아시아문화광장 완성예상도


광주가 지향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자원의 상호교류를 통해 아시아 각국과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한국을 동서문화의 균형과 개발∙소통을 촉진하는 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즉,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의 문화의 창’으로서 문화도시의 모습과 역할을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실현하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구체적인  정책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시아 문화교류도시’의 조성이다.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공존하는 공동체로서의 아시아를 상정하고, 국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모여들고, 연구∙교육은 물론 창조와 교류를 통하여 아시아인 모두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아시아평화예술도시’의 조성이다. 민주∙인권∙평화의 가치와 창조적 상상력이 새로운 문화적 창의와 표현으로 승화되도록 하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유∙평화∙사회 통합을 구현하는 것이다.
셋째, ‘미래형 문화경제도시’의 조성이다. 시민의 문화적 일상 하나하나가 상품이 되고, 문화를 성장엔진으로 하여 고부가가치 경제를 구현하는 차세대 문화경제를 이룩하는 것이다.

 

문화창조의 중심거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 운영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의 창조적 에너지를 광주, 전국, 아시아로 공급하는 문화발전소의 역할을 담당하며,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7대 문화권과 문화터, 문화방 등을 잇는 문화시설 네트워크를 통해 전당의 에너지를 도시 전체로 확산한다.

 


『국립국립아시아문화전당』건립・운영구성도 <자료원: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제건축설계경기를 거쳐 건축가 우규승씨의 <빛의 숲>을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빛의 숲>은 21세기 최첨단 복합문화시설로서 새로운 시설물을 기존 지표면보다 낮게 배치하여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건물을 기념비화 하고, 지상의 시민공원과 소통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광역시 동구 광산동 구 전남도청 일원에 소재하고 있으며, 부지면적 128,621㎡, 연면적 178,199㎡ 규모이다. 전당의 핵심시설은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지식문화원의 5개 시설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의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들이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창조하고, 세계적 트랜드를 선도하는 문화발전소를 지향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 문화의 연구와 개발, 그리고 확산을 통해 아시아 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풍부한 문화자원을 축적해 아시아의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창작·전시·공연 활동 등의 예술과 최첨단의 기술이 결합된 아시아문화를 세계에 알려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공헌할 수 있는 신기술 복합 문화시설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전당에서 생성된 문화에너지가 광주지역과 더불어 전국 및 아시아,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물적·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문화중심도시 네트워크의 핵심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도시의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제반기능과 아시아 및 지역 문화자원을 연계하여 7대 문화권을 조성한다. 7대문화권은, 문화전당권, 아시아전승문화권, 아시아문화교류권, 문화경관과 생태환경보존권, 교육문화권, 시각미디어문화권, 아시아신과학권으로 구성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7대 문화권의 연계를 통하여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시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확산을 도모하며, 이를 위해 도시경관 사업과 문화벨트,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한 중소 문화거점, 일상생활 단위의 문화터・문화방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7대문화권 

셋째, 예술진흥 및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일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 지역의 유무형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예술진흥 및 문화관광산업의 육성을 주요 과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판소리 등 전통예술로부터 광주비엔날레 등 광주지역의 예술역량을 강화하고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문화콘텐츠 분야 중 성장 가능성이 큰 음악, 공예・디자인, 게임, 첨단영상, 에듀테인먼트를 5대 콘텐츠 산업으로 설정하여 집중 육성하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서남해안 복합관광레저도시를 연계, 관광객을 유치하는 광주・전남 지역의 관광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위한 관광기반시설 확충 및 홍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아시아 예술가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문화예술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예술가클럽대회, 전국 문화예술인 대회 등을 개최했고, 아시아 예술인들간 담론의 장 마련 및 공동창작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광주국제공연예술제, 정율성국제음악제 등 국제행사를 지원하였으며 전통건축, 민속문화유산 등 지역 전통문화의 원형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예술의 관광·문화산업의 기능과 흐름

넷째, 문화교류도시로서의 역량 및 위상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문화교류도시로 견인하기 위해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시민의 광범위한 주체적 참여를 유도한다. 이를 위해 첫째, 도시의 통합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도시마케팅을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다. 둘째 동북아시아권, 동남아시아권, 중앙아시아권, 서남아시아권, 서아시아권 등 교류 대상지역 및 권역 다변화・입체화를 꾀하며, 권역별 특성과 여건이 반영된 문화교류 활동을 지향한다. 셋째, 국제문화기구, 정부 및 비정부기구, 각국의 문화도시, 국제예술단체 및 전문가, 해외 한민족 등을 포함하는 전방위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예술인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공동작업 공간을 조성하는 창작 교류공간인 아시아창작예술인촌 조성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일환이다. 

 

창조적 인재가 머무르는 도시에서 새로운 상상력과 생산력이 자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광주지만, 이 사업의 결과는 전 국민에게 균등한 혜택이 배분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과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국가적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대 전제의 공유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이 지역에서 일관되게 진행되어야 지역-전 국민이 결과를 함께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과정을 통해 로컬 거버넌스의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향후 중앙정부는 광주시와 협력하며 전당과 지역의 관광지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문화사업을 펼칠 것이며, 민자유치를 통해 전당을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R. Florida)는 많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그 도시의 경제력과 창조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계층들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창조적 계층들을 머물게 하는 것이 그 지역 사회의 경쟁력과 경제력을 형성하는 기반이다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변화된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

광주의 심벌, 무등산을 배경으로 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완성예상도)

이 어디 있는가를, 문화도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화로 먹고 사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아시아의 자유로운 창작자와 예술가와 장인들이 살고 머무는 도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화적 마인드를 갖춘 다양한 창작자들이 머무는 도시에서는 새로운 창작력이 싹트고 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생산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조적 인력의 유입은 문화도시의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어 많은 사업들에 활력과 생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양한 중심의 하나라는 '아시아문화중심의 가치'를 바탕으로 콘텐츠, 창조인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낸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으로 열리고 빛나게 될 것이다.

 

 

「をちこち」제25호(Oct./Nov.'08)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