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五十嵐太郎(이가라시다로)씨의 수필을 본지에서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이가라시 타로(五十嵐太郎)


3월말에 며칠간의 여유가 생겨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를 찾았다. 말할 것도 없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목적이었다.
참신한 현대건축에 의해 재탄생한 공업도시라 듣고 있었던 터라, 사실 빌바오에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뛰어난 건축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더구나 도심은 개개의 건축마다 개성을 연출하고 있지만, 각각의 모퉁이 부지에 코너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단순한 건축 규정으로 인해 ‘도회적인 건축’이라고 할 만한 통일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연유로 구겐하임을 전후하여 등장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공항과 다리, 노먼 포스터의 지하철,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호텔, 이소자키 아라타의 빌딩, 라파엘 모네오와 시저 펠리의 계획은, 백지상태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의 연륜으로서 축적된 것이다. 일본에는 특정한 시대만을 고집하면서 평범한 현대의 개발을 외면한 채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빌바오의 역사적 중층적(重層的)인 면을 배우기 바란다.
그런데 구겐하임 미술관은 게리 궤적의 집대성으로 자리매김되는 건축인데, 역시 실물을 보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먼저 건축인지 조각인지를 의심케하는 고전적인 논쟁마저도 사라져버리게 할 정도로, 외관이 하나도 빠짐없이 조각이라는 데에 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게리 역시 건축가인 만큼, 각 부분의 볼륨이 어느 정도의 크기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배후의 철골 프레임을 드러내어, 부분적으로 취약한 점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모형을 그대로 확대 복사한 것인 양 손쉬운 디자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크기는 도시적 맥락에서 올바른 것이다. 어떤 각도에서도 즐길 수 있는 괴물과 같은 조형이다.
복잡한 티타늄 외관은 최신 컴퓨터 기술과 연계한 부재 가공 시스템으로서 처음 실현되었다. 한편 내부는 변형된 화이트 큐브들이 중앙의 아트리움을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어, 그다지 과격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미술관은 강변의 거대한 다리와 어우러지고, 치밀하게 계산된 스케일감으로 도시, 건축과 함께 긴장감 있는 관계성을 만들어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1997년에 탄생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20세기 최후의 걸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をちこち」제23호(JUN./JUL.'08)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