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0)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이가라시 타로(五十嵐太郎)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
이가라시 타로
(五十嵐太郎)
9월 5일부터 14일까지 베네치아에 머물렀다. 이 도시를 방문한 적이 몇 번째인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산마르코 광장을 한번도 들리지 못할 뻔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국제건축전2008>에서 일본관 커미셔너를 맡아 아르세날레 근처의 아파트와, 메인 전시장인 자르디니를 왕복하는 매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측이 미술전과 건축전을 통해 장소를 제공하고, 매년 각국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여 파빌리온에 작품을 설치한다. 게다가 전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국가들은 도시 여기저기에 장소를 빌려 같은 시기에 전시를 연다. 즉 다른 나라들은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참가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관광수입이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문화의 성지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외부자금 도입이라는 시스템 또한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 새삼 감탄했다. 거대한 도시의 경우, 이벤트가 묻혀버리기 때문에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고 적당한 크기의 개성적인 도시가 딱 제격이다.
<베네치아의 푼타·델라·도가나 /필자제공>
베네치아는 평상시에도 축제적인 분위기를 띤다. 오래된 건축물이 많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물의 도시라는 점. 간단하게 말하면 그 정도의 표현이 되겠지만, 세계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자들에게는 테마파크처럼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느껴진다.
체재기간 중에 푼타 델라 도가나 현장을 견학했다. 15세기에 세워진 낡은 세관을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산마르코 광장의 맞은편에, 그리고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설계자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이름이 가설 울타리 위에 걸려 있었다. 내부에는 안도 스타일의 콘크리트 패널을 설치하여 전시 공간을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베네치아가 프랑스의 사업가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 건설을 허가하는 대신, 세관 보수공사 등의 자금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일단 40년이라는 기간 한정이지만, 이 기간이 갱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말해 일등지를 제공하는 대신에 시가 돈을 들이지 않고 건물의 보존공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앞서 개관한 팔라초 그라시도 외관은 거의 바꾸지 않으면서 안도의 디자인으로 내부가 피노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되었다.
푼타 델라 도가나는 내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시작되는 2009년 6월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をちこち」제26호(Dec.08./Jan.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