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1)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학 교수)

번에도 내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을 쓰려고 한다.
처음으로 맞이한 도쿄의 겨울을 시모기타자와의 아파트에서 담요를 둘둘 말고서 겨우 지냈다. 대도시인건 마찬가지라고 해도 도쿄의 겨울과, 내가 잘 알고 있는 런던의 겨울과는 추위의 질이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런던의 겨울은 둔탁하고 깊으며 오랫동안 사람을 괴롭히지만, 도쿄의 겨울은 짧고도 예리하다.

매화도 지고 대도시에도 겨우 봄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에서 사귄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었다. 2박3일간 가까운 곳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도쿄는 스릴이 넘치고 익사이팅하지만 계속 있으면 숨이 막힌다.
토요일 아침 일찍 우치보센을 타고 다테야마로 향했다. 자그마한 2층 목조가옥이 계속 이어지다가 치바현의 고이를 지나면 열차 오른쪽으로는 도쿄만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메마른 겨울 들판이 펼쳐진다.

다테야마에서 열차를 내려 역 뒤편에 있는, 입구가 좁고 기둥이 기울어진 것 같은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 식당에는 고기잡이를 막 마치고 온 듯한 어부들이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두들 친절했다. 오야코 돈부리만 주문했는데, 우리 테이블에는 생선회와 튀김이 넘쳐났다. 다른 손님들이 가져다 준 것이었다.

다테야마에서 버스로 50분 정도 더 들어가 도미사키로 갔다. 여기는 보소반도의 거의 서쪽 끝이다. 사가미만을 사이에 두고 정서쪽은 이토쯤이 될 것이다.

숙소는 우체국을 같이 겸하고 있는 민박이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곧바로 낚시를 하러 나갔다.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 등대가 나의 포인트였다. 아직 수온이 낮은데도 그 때까지 내가 본 적도 없는 생선이 잘 잡혔다. 큰 곰치도 낚았다. 바닥이 스킨 다이빙을 하기에 좋은 바위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낚시찌나 봉이 잘 걸리곤 했다. 덕분에 꽤 많이 잃어버렸다.

낚시성과에 만족하면서 방파제로 돌아가면 서쪽에는 메라의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에 밀려온 수초를 밟으면서 바닷가를 산책했다. 먼바다를 바라보면 석양에 반사된 잔물결이 반짝반짝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만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피곤으로 다리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정반대로 가볍다. 메라 바다에 면한 곳에 잡화점이 하나 있었다. 이런 곳에 있는 잡화점이라 식품도 팔고 있다. 부탁을 하자 감자로 만든 크로켓을 튀겨 주었다.
낚시 도구를 끌어안고 막 튀겨낸 따끈따끈한 크로켓을 한입 가득히 물고서 어두워지기 시작한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온다. 그렇게 맛있는 크로켓을 먹은 것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をちこち」제26호(Dec.08./Jan.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