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4)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다바이모(아티스트)

 

束芋『HOUSE 08』2008年

ⓒTabaimo/Courtesy of Gallery Koyanagi

토의 극단, 원더링 파티의 연극 ‘수다스러운 비밀’ 중에, 주인공이 철들 무렵에 주인공의 아버지가 0살로 태어난다는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 그 아버지는 12살까지만 자란다. 12살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듣는 주인공의 모습이 재미있는데,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아고 사토시씨에게 이 설정에 대한 이유를 묻자, ‘일본인은 12살’이라고 했다는 맥아더의 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다음날, 나는 개인전 설치 준비를 위해 스웨덴으로 출발했다.
스웨덴은 전에도 3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일본과의 차이로 인해 놀라게 된다. 북유럽이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교육, 복지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고, 때문에 세금이 상당히 많다. 높은 세율을 납득할 만큼 교육과 복지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4번째 스웨덴 방문. 개인전 출품 작품수가 많아서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불안을 떨칠 수 없었지만, 준비 기간 중의 논의 과정부터는, 지금껏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작업하기 편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걱정이 될 만큼 순조롭게 개최에 이르게 되었다. 큐레이터나 스탭, 홍보담당과 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매우 수준 높게 전시회의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을 잘하는 스웨덴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결정적인 차이를 느꼈다. 그것은 나라 자체가 성숙하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훌륭한 업무 처리는 개인의 성숙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개인의 사고방식에는 국가의 형태가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그들의 어른스러운 일처리와는 대조적인 예로 내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에 비해 내 사고방식이 정말 유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신을 양식있는 보통 일본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양식의 수준이 스웨덴의 양식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오프닝 날 큐레이터가 감기로 쓰러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녀는 임신 중이어서 감기약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대신하여 관장을 포함한 미술관 스탭 모두가 그녀의 업무를 분담한다. ‘그녀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생각을 모두가 정확하게 파악하여 실현한다’라는 커다란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거기에 없더라도, 미술관 스탭들에게는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그녀는 그만큼  확실하게 일을 해왔고, 모두가 그것을 실현시킬 만한 스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은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국민들이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이 책임을 지고 바꿨다’는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스킬도 차츰 향상된다.
한편으로, 스웨덴은 성숙이 끝난 상태여서 더 이상의 성숙은 없다라는 조금은 쓸쓸한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아직 12살이니 앞으로 전도양양한 인생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をちこち」제28호(Apr./May.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