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2)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다바이모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
다바이모(아티스트)
束芋『Wellpaper』2008年 ⓒTabaimo/Courtesy of Gallery Koyanagi
해외에 체재하며 작품제작을 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갔다. 나로서는 첫 장기 체재 제작을 하게 되는 한달간이었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하루 하루가 시작되었다. 싱가포르는 한 때 일본 여행사들이 패키지 투어 기획에 힘을 쏟아, ‘간편한 해외여행지는 싱가포르’라고 생각할 정도의 장소였다. 지금은 그것도 한풀 꺾였고, 무역 국가답게 슈트를 차려 입은 다국적기업의 비즈니스맨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의 여행사들이 싱가포르를 밀었던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해외여행의 초보자나 해외여행에 지친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고, 편리한데다가 요리가 맛있다. 아시아 국가다운 물가와 맛을 추구하자면 거기에 맞는 지역이 있고, 쇼핑센터에는 소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브랜드 상품이 갖춰져 있다. 거리는 안전하고 청결하다. 택시가 싸고(몇 년 전까지는 더 쌌다고 하지만) 나라가 작기 때문에 대략 일본에서 말하는 기본요금 정도로 탈 수 있다. 좋은 것들만 가득찬 것 같지만, 국가의 통제 하에 ‘선(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은 나라 안에서, 생활스타일에 대한 연구들이 없다면, 따분한 ‘선량한 시민’이 되고 만다. 내가 만난 공방의 스탭들은 각각의 연구들을 보여주었고, 따분하지 않은 생활에 나를 참여하게 해 주었다. 종이와 판화공방에서 보낸 한달이라는 시간은,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다. 이 공방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곳으로, 종이를 만드는 공정과 판화를 만드는 공정에 아티스트가 참가하도록 하여, 공방의 기술과 아티스트의 아이디어가 연계된 작품을 만들어간다. 나는 대학시절에 판화의 기초를 배우기는 했지만 작품을 제작해본 적이 없었고, 종이를 만들어 본 적도 물론 없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런 반면 이렇게 훌륭한 기술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해 온 테마와 제작에 대한 생각들을 진정한 의미에서 살릴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첫 일주일간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는데, 다음 3주간은 첫 일주일보다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디어의 실현성을 놓고 테스트를 했던 첫 주와는 달리, 둘째 주부터는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명확해졌고, 작품의 완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공정을 시도해 보기 위해, 보다 더 신중하게 시간을 들이게 되었다. 많은 스탭들이 쉴 틈도 없이 어시스트를 해주어도, 한 달에 끝날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2주째가 끝나는 시점에서 알게 되었다. 작업은 올해에도 계속하게 된다.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방측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관대함으로 아티스트를 대해 준다. 공방 스탭들은 올해도 가족처럼 나를 맞아줄 것이다. 그 분들 덕분에 나에게 싱가포르는, 운 좋게도 ‘따분한’이라는 형용사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어떤 나라를 형용하는 단어가, 반드시 그 나라에 사는 개인을 형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해 하고 있었지만, 단적인 경험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로 알게 되었다.
「をちこち」제27호(Feb./Mar.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