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3)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이가라시 타로(五十嵐太郎)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이가라시 타로

(五十嵐太郎)

2006년에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캐리어 가방도 가져가지 않고 손가방 2개를 들고 갔으니, 생각해 보면 매주 도쿄-센다이를 왕복하던 때보다 더 가벼운 차림이었다. 리움 삼성미술관과 청계천 개발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청계천은 암거로 덮여진 부분과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강을 복원한 프로젝트이다.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당시 추진하여 2005년에 공개되었다. 6km에 이르는 전 구간을 걸어보았는데, 여러 가지 모양의 다리가 놓여져 그야말로 토목 디자인의 박람회장 같았다. 고가도로를 본뜬 청계천 문화관의 전시에 따르면, 강 주변에 건물이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생활의 현장이 있었던 과거의 풍경은 재현되지 못했다. 개발 후에는 자연적인 강이 아니라 펌프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길게 늘여놓은 ‘연못’, 혹은 ‘공원’이다. 사람들이 절대로 빠지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얕은 강은, 새로운 ‘자연’이라는 공공의 공간을 서울에 제공하고 있다.


<리움삼성미술관(서울 용산구소재) >


2004년에 개관한 리움 삼성미술관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라는 세계적인 건축가 세 사람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한적한 공간에 세워져서, 여유롭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역원추 형태와 직육면체로 이루어진 보타의 건물은 외벽이 테라코타 타일로 덮여있으며, 귀중한 고미술을 전시한다. 이러한 질감은 한국의 거장인 이수근의 현대건축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현대미술과 기획전시를 하는 누벨과 쿨하스의 건축은 녹슨 스테인레스와 유리를 다용하여, 작품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감각을 표현하였다. 보타의 작품과는 대조적인 느낌과 형태이다. 누벨은 케브랑리 박물관과도 통하는, 튀어나온 전시 박스를 사용하였고, 쿨하스는 블랙박스가 허공에 떠있다. 세 사람의 개성이 각각 잘 발휘되어 있다.

 

아시아 통화위기로 일시적인 중단 위기를 극복하고 실현된, 꿈처럼 사치스러운 건축가들의 조화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삼성이 문화에 대해 쏟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도쿄에는 이 정도의 인기 건축가를 모아놓은 미술관은 없다. 누벨이 설계한 빌딩은 있지만, 미술관 계획은 사라졌다. 보타의 와타리움 미술관은 있다. 쿨하스의 작품은 아직 없다. 그러나 리움이 정말 굉장한 것은 하나에서 세 가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미술관 건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모험적인 프로젝트를 일본기업도 배웠으면 한다.


「をちこち」제27호(Feb./Mar.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