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18)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학 교수)
몇년 전의 일이다. 히토쓰바시대학의 대학원에서 1년간 가르친 적이 있다.히토쓰바시대학의 본부는 도쿄의 JR구니다치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데, 대학으로 가는 가로수 길 양쪽에 세련된 카페와 맛있는 레스토랑 몇 군데가 있었다. 매우 차분한 동네여서 나는 이내 마음에 들었다.
30여년 전에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우이 준(宇井純)교수의 강의를 듣거나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도쿄대학에 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 때의 나는 교수로서 대학원생들을 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내가 맡았던 학생들은 지구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소문에 듣던 바 대로 이 대학의 대학원생들은 우수했다. 세미나 예습도 잘 해 온다. 또한 이해능력도 탁월했다. 하지만 조심성이 너무 많았다. 교수에게 신경을 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가르치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그때까지는 주로 영어권에서 여러 나라 대학원생들과 접하면서, 교수가 대답이 막힐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이 발전성 있는 대학원생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것이 없으면 흥미로운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 제기를 듣고 임시적인 것이기는 하더라도 해답에 이를 수 있는 힌트를 주기 위해 가르치는 사람도 공부한다. 그것이 대학원(혹은 학부도 포함하여)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이상적인 관계라고 믿었다.
처음에는 내가 가르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이런 것이 그들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어깨가 가벼워졌다. 대학원생들은 토론을 하게 되면, 예리하고 유용한 생각들을 계속해서 전개해 나갔다. 역시 히토쓰바시대학 학생들은 우수하다고 다시금 깨달았다.
교수에게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어쩌면 교수라는 존재는 뛰어넘어야 할 존재일 것이다. 자신을 뛰어넘는 학생이 나올 때, 가르치는 사람은 행복하다.
선생과 호두나무는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좋다.
물론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고, 선생에게 실질적인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학문이란, 바꾸어 말하면 ‘지(知)’의 레슬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문은 스릴 넘치고 익사이팅한 것이다.
「をちこち」제27호(Feb/Mar,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