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고치 산책 (22)
<오치고치>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이 격월로 출간하고 있는 일본 유일의 국제교류전문지로, 이번 호는 이가라시 타로씨의 수필을 전재합니다. 여러분의 애독을 기다립니다. |
이가라시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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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을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스톱오버로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을 찾았다. 카탈로그에 기고를 한 테즈카 다카하루(手塚貴晴)+유이(由比)의 전시회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이런 박물관이나 주요 미술관에서는 대개 건축 가이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것을 구입해서 거리를 둘러보곤 한다.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것은 세 번째였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원래부터 관광여행이란 필연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건축 가이드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건축물도 게재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 가이드에 실려있지 않은 최신 건축물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번에는 보행자들이 많고 번화한 차일 거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형 쇼핑센터를 발견했다. 전면이 유리로 된 파사드인데 중앙부분이 함몰되어 있다. 게다가 그냥 움푹 패어있는 정도가 아니라 구멍이 건축물을 통과하고 있어 저쪽 하늘이 보이는 구조이다. 이만큼 대담하게 형태를 비틀어 놓은 디자인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면서 내부로 들어간다. 역시 아트리움에서는 천정으로부터 거대한 유리 튜브가 내려와 바닥으로 강렬하게 뻗어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쇼핑센터를 포함한 복합시설 ‘My Zeil’을 설계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이며, 2009년 2월에 상업 시설이 오픈했다고 한다. 건물이 고립되어 있지 않고 주변의 거리를 연결해주고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말하자면 거대한 유리로 만들어진 파사쥬인 것이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관입된 비틀린 형태이면서도 햇빛이 전면에 내리쬐는 유리건축물이기 때문에 실내이면서도 옥외 거리와 같은 공간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아마도 이곳은 프랑크푸르트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코메르츠은행 본사(1997)를 견학했다. 공조시스템을 연구하고 환경을 배려한 하이테크 빌딩이다. 둘러보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이 건물이 도시에 들어선 건축이라는 점이다. 이 빌딩도 다른 거리와 접해 있으면서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도시를 잇는 건축인 것이다. 일본의 빌딩은 고립되기 쉽고, 광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도시의 공간조직과 구분되기 어렵게 건축을 성립시킨다는 점에서 유럽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をちこち」제30호(Aug/Sep,09)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