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장원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이 책은 동경에 대한 퍼즐 맞추기이다. 동경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은 대부분 국제도시 동경이라는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던 반면, 이 책은 동경을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여러 명의 저자가 동경의 모습을 마치 퍼즐조각처럼 쪼개어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퍼즐  조각이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의 구성이 혼합된 여려 기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다이바, 록본기, 아키하바라, 신주쿠에 대한 분석은 지역적 특성을 주제로 하고 있고, 소수인종 문화, 종교, 노숙자, 문학, 영화 드라마 등과 관련해서는 특정 주제 중심의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70년대, 80년대, 90년대의 특징을 분석한 글들을 보면 마치 동경의 문화사를 다룬 것처럼도 생각된다. 이렇듯 이 책은 동경에 대한 얽힌 다양한 단상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는 중에 21세기 동경의 새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다양한 주제, 다양한 역사, 다양한 공간을 포함하는 동경의 모습을…

 

이 책의 모든 글들이 인상적이었지만, 도시사회학자로서 필자는 역시 일본의 저명한 도시사회학자인 와까바야시 교수의 글들에 특별한 관심이 갔다. 특히 최근에 관광지로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오다이바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도시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와까바야시 교수는, 오다이바를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역사가 없는 공간이기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 즉 시물라크로 분석하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시물라크의 장점으로 관광객이 스스로 여백을 창조하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나타나는 도시 문화의 새로운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현대의 도시는 어떤 면에서는 삭막하고 비현실적이지만, 그것이 또 새로운 창조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와까바야시 교수의 부정과 긍정이 혼합된 시각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소재로 한 교외의 지역공동체 문화를 다룬 글에서도 잘 보여진다. 최근 일본의 교외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안에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온 집을 형형색색의 전구로 장식할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층 주택이 모여있는 지역에 가면 전구 장식은 온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처럼 동일하게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동일하게 닮은 듯, 안 닮은 듯 온 집에 전구 장식을 한 마을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자는 이를 교외라는 의미의 변화와 지역공동체의 변화양상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있다. 즉, 저자는 지역 공동체라는 개념이 약해진 현대 사회 에서 일본의 교외 지역에 언제부터인가 귀엽고 깨끗한 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정원에는 디즈니캐릭터로 만들어진 작은 유리인형들이 놓여져 있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 집을 전구로 장식해야 하고, 집의 색깔은 조각 케이크처럼 파스텔 톤이어야 하는 등 일괄적인 가치관이 자리잡아 온 것에 주목하고 이것을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로 해석한다. 여기서도 동경 지역공동체의 부정과 긍정을 읽을 수 있다. 즉, 지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전통적인 요소-지역의 역사, 문화, 지역민들의 집합적인 기억-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주지역으로서의 교외의 모습은 우리 삶의 정체성과 소통성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교외의 거주자들은 비록 전통적 요소로는 공통점이 없지만, 도심 채용 노동자라는 동일한 생활 양식, 가치의식, 경제적 지위를 통해 새로운 교외의 문화, 교외주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새로운 정체성과 소통성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다.

 

와까바야시 교수의 글 외에도 많은 글들이 도시문화를 전공하고 있는 필자에겐 매우 유익한 정보이자 새로운 시각이었다. 그 동안 매우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동경을 새롭게 보게 해준 책이었다.

 

▲ 책 속에 삽입되어 있는 도쿄 경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