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영래 (아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지난 5월 31일은 한국에서 네 번째로 실시된 지방선거일이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였다. 이번 선거는 내년 12월에 있을 17대 대통령 선거, 2008년 4월의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한국 정치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선거는 정책 대결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제1차적 관계가 선거결과에 중요에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연고주의에 의한 선거 결과로 인하여 건전한 정치발전에 저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지도자 선출에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과거 정당은 정책이나 이념보다는 특정 정치지도자에 의한 사당(私黨)의 형태로 조직, 운영되었다.
이러한 한국정치의 병폐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책정당화를 통한 선거의 실시가 한국정치의 중요한 과제이다. 정치학자로서 필자는 한국정치발전을 위하여 한국정치문화, 선거문화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일본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學)의 연구(2004.8-2005.8)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은 오랜 지방자치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한국과 비교하면 지방자치가 잘 실시되고 있다. 각 지역이 특색을 가지고 지역에 알맞은 지방정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지사들을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은 일촌일품운동(一村一品運動)을 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발전을 추구한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마쯔리을 통하여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지역 홍보는 물론관광객 유치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2003년 지사 선거에서 최연소 지사로 당선된 마쯔자와 지사는 필자가 연구생활을 게이오대학 법학부 정치학과 출신이며 또한 마쓰시타 정경의숙 졸업한 개혁적인 정치인으로 가나가와현 의회의원을 거쳐 1993년 일본 중의원에 당선, 3회에 걸쳐 의원을 역임하였다. 중의원 시절 민주당 당수 선거에도 도전한 변화를 추구하는 패기 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마쯔자와 지사는 중의원 생활을 통하여 구태의연한 중앙정치무대를 경험하면서 일본 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위하여 우선 지방부터 변해야 된다면 정치 신념하에 로칼 매니페스토를 가지고 현지사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됨으로서 일본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쯔자와 지사는 <최연소 의원의 분투기: 지방으로부터의 정치개혁>, <도전자: 민주당 당수선거 도전 10일> 외 다수의 저서도 그 동안 출간하였는데, 특히 이번 발간된 <實踐ザㆍローカルㆍマニフェスト>는 제1장의 ‘새로운 정치개혁의 확대를 추구하며’에서 ‘매니페스토란 무엇인가’라는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제2장에는 ‘실천 로컬 매니페스토’의 구체적인 작성과정까지 기술되어 있어 매스페스토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있다.
마쯔자와 지사는 제3장에서 '정책실천실례'를 통하여 '수도권 연합의 실천 사례', '지역경제의 재생ㆍ하네다공항 국제화와 산업의 활성화', '치안회복ㆍ안전ㆍ안심하게 지내는 지역사회를 목표로'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가나가화현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제4장에서는 '다 함께 민주정치의 게임을 바꾸자'라는 이름하에 일본정치를 지방의 개혁으로 변화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은 후에 지연, 학연, 혈연, 그리고 금권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선거 문화가 변화되려면 매니페스토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하에 지난 해 8월 마쯔자와 지사를 현청 지사실에서 면담, 매니페스토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였다. 면담에서 필자는 한국에서 매니페스토에 대한 학술회의를 개최, 지사를 동 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 마쯔자와 지사가 흔쾌히 승낙하여, 그 후 회의를 준비하였다.
지난 2월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지방선거와 정치발전에 관한 한ㆍ일비교' 국제학술회의에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마쯔자와 지사를 기조연설자로 초청, 한국 언론의 지대한 관심 하에 개최하였다. 마쯔자와 지사는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인터뷰를 하는 등 한국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 동안 필자는 일본에서 마쯔자와 지사의 저서 등을 통하여 매니페스토 전개과정과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살펴본 후 이를 국내에 소개하는 글을 수차례 발표하였다. 또한 이 매니페스토 운동을 5월31일 실시한 지방선거에 실제 적용하고자,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2월1일 정책선거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531스마트(SMART)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를 결성, 발대식을 개최하여 필자가 상임공동대표의 한사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최근 매니페스토에 대한 한국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보여준 청중들과 매스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 그리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가 결성된 이후 서울시장 예비후보자들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매니페스토에 의한 선거로 치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등 한국정치에서 매니페스토에 대한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의 선거가 과거 선거와는 달리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선거가 된다면, 이는 마쯔자와 지사의 저서인 <實踐ザㆍローカルㆍマニフェスト>가 중요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곧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된다고 하는데,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마쯔자와 지사의 책을 통하여 마쯔자와 지사의 로칼 매니페스토을 읽고 자신들의 매니페스토 작성에 참고할 것 같다. 이것은 정치개혁을 위한 또 하나의 한ㆍ일교류의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