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영배(제주교육대학교 교수)
필자는 2002년도에 1년간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고 동경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Visiting Scholar로 연구를 하고 돌아 왔다. 필자의 연구 주제는「日本民謠と濟州島民謠の比較硏究」였다. 필자의 고향인 제주도 민요는 한국 본토의 민요와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제주도의 문화적 성격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민요의 성격이 한국 본토 민요, 그리고 일본 민요와 어떤 차이점과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1년간의 일본 생활이었지만, 필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체험하고 돌아왔다. 특히 필자는 책상에 앉아서 연구하는 것(desk work)뿐만 아니라, 일본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field work) 일본민요와 일본문화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일본문화의 육화(肉化)를 시도한 셈이다.
필자는 본 연구를 위하여 일본 민요의 개념정의와 관련된 저술, 일본민요의 분류와 분포에 관한 저술, 일본민요의 음악적 성격의 분석에 관한 저술, 일본민요의 유형에 관한 저술 등을 다수의 책을 읽었다. 전체적으로 통독한 저서와, 연구와 직접 관련된 부분을 정독한 저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읽었는데, 필자는 이러한 여러 저서들을 통하여 일본민요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학자들의 진지한 학술적 접근 자세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연구내용도 치밀하게 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었다.
필자의 연구와 관련하여, 일본인들의 치밀한 연구접근을 느끼게 해준 저술들로서는 町田嘉章,浅野建二(編).『日本民謠集』(東京:岩波文庫,昭和50),服部竜太郎.『日本民謠選(ふるさとのうたをたずねて)』(東京:教育出版社,昭和43),服部龍太郎.“民謠の音楽的構造”,『日本民謠全集1(総論編)』(東京:雄山閣,昭和51),小泉文夫.『呼吸する民族音楽』(東京:青土社,1983),小泉文夫.『日本の音(世界のなかの日本音楽)』(東京:青土社,1977),小泉文夫.『日本伝統音楽の研究1(民謠研究の方法と音階の基本構造)』(東京:音楽之友社,昭和41)를 꼽고 싶다. 사실 필자는 1년간의 일본생활을 하는 동안 필자의 전공과 관련된 전공저서 이외의 저서는 그다지 읽을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위의 전문연구서들을 읽으면서 일본학자들의 진면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위의 저술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고, 또한 일본 학자들의 진지한 자세와 다양한 시각, 그리고 다른 학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자신의 견해의 타당성을 명료하게 전개한 저서라고 느꼈던 저서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小泉文夫 선생의『日本伝統音楽の研究1(民謠研究の方法と音階の基本構造)』와『服部竜太郎선생의『日本民謠選(ふるさとのうたをたずねて)』(教育出版社)를 들고 싶다. 전자는 일본민요의 정의, 분류, 음악적 특성 특히 음계적 특성 등에 대하여 그야말로 치밀하게 분석과 종합을 하여 일본민요의 구조적 특성을 명료하게 정리한 책이라는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후자는 일본민요의 구조를 분석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비교문화론적 입장에서 일본민요의 성격을 구명(究明)하고 있는데, 필자로 하여금 민요연구의 방향에 대하여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필자는 일본인들의 생활을 직접 접하면서, 일본민요가 아직도 일본인들의 실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화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일본인들의 전통존중의식은, 그저 어쩌다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위의 저자들처럼 치열하게 일본의 전통문화요소를 연구하여 그 성격을 밝혀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 대하여 여러 한국 사람들이 '일본이 좋다'느니,'일본이 나쁘다'느니 하는 글들을 쓰고 있다. 필자 역시 1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의 좋은 점, 일본의 나쁜 점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민요를 연구하면서, 그리고 일본민요를 연구한 일본학자들의 연구서적을 읽으면서, 필자는 일본에 대하여 선입견을 가지고 또는 일본에 대한 짧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이 좋다', 또는 '일본이 나쁘다'라는 인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필자가 일본에서의 연구와 일본생활을 통하여 느낀 것은 '일본은 일본이다'라는 점이다. 어느 민족이든 그 문화의 장점이나 단점은 공존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일본의 장점만을 볼 필요도 없고, 그 반대로 단점만을 찾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일본이다'라는 객관적 인식 속에서 일본을, 일본문화를, 일본연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그나마 갖추게 되었다는 것은 일본생활을 통하여 필자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 바로 위의 책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