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있는 체부동이라는 조그마한 동네의 이름을 신문에서 발견하게 되면 여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바로 그 동네에 있는 유명한 삼계탕집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을 찍은 사진이 복날쯤 되면 어김없이 신문지상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날에는 삼계탕집 뿐만 아니라 전국의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몰린다.
일본에도 여름에 하루 또는 이틀 이런 날이 있으니 바로「土用의 丑의 日(도요노 우시노 히)」이다. 단, 이날 수난을 겪는 것들은 닭이 아닌 우나기(장어)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작품 속의 주인공은 어항 속의 우나기와 대화를 나누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우나기라는 것은 이날 먹지않으면 큰일날 먹거리일 뿐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오늘이 그날이오라고 외치듯 붉은 글씨로 크게「本日, 土用의 丑의 日」라고 써 붙인 가게 앞에는 구워놓은 장어를 사려는 동네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전문 음식점에는 우나쥬(사각 찬합에 담은 장어 덮밥)나 우나동(우나쥬보다 조금 저렴한 사발에 담은 장어덮밥)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일반적으로 장어 맛이 가장 뛰어난 때는 산란기 전인 여름에서 초가을까지라고 하니 어쨌든 이 시기가 장어를 먹기에 가장 좋은 때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일본의 여름은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한국보다 덥다. 혹시 여름에 일본에 가게 되면 더위에 지치지 않게 우나쥬(うな重)를 주문해서 몸의 기운을 보하여 보시기 바란다.
<글 : 학술교류팀 김근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