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요리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간단한 양념만로 맛깔스러움에 다이어트까지 책임지는 고마운 존재다. 다양하고 화려한 일본음식이 많지만, 필자에게 두부로 만든 일본음식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고단백 저칼로리의 두부. 요즘 유행하는 웰빙 다이어트에는 안성맞춤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육류는 생일 때나 한번 먹을까말까 하는 고가품이었다.“밭에서 나는 쇠고기”라는 두부는 서민들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반찬의 제왕이었으며, 두부의 그러한 명성은 어린 필자로 하여금 두부를 먹게 만든 부정할 수 없는 명제였다. 그런데 이러한 두부도 일본 서민들 생활에 일반화된 것은 무로마치시대(1336-1573)이며, 에도시대(1603-1867)만 해도 특별한 날에 먹는 고급음식이었다고 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여기에서 잠깐 두부의 역사를 잠깐 찾아보자. 사전에 따르면 두부는 중국 한(漢)나라 때 발명한 것이 시초이며, 한국에 전래된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문헌상 처음 등장한 고려말로 추측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두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나라(710-784)·헤이안시대(794-1185)라고 한다. 두부가 일본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마 귀족들이나 승려들만이 즐기는 고급음식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미식가도 아니며 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지만, 두부는 다른 재료와 혼합되어도 두부 그 자체의 맛을 간직하며 살아있는 것 같다. 조림을 하게 되면 두부 속의 수분의 빠져 오그라들고, 찌개나 국거리에 넣으면 수분 가득한 두부가 더욱 수분을 머금어 출렁출렁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오그라들어도 부풀어도 여전히 두부의 느낌은 살아있다. 두부를 소재로 한 일본음식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두부 그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단연 히야얏코, 유도후, 아게다시토후.   

 

히야얏코(冷奴)는 한자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갑고 주로 여름에 먹는다. 차가게 한 두부를 큼직한 사각형으로 썰어 파·가츠오부시·생강 등을 꾸미로 얹고, 마지막으로 간장을 뿌려 먹는다. 여름에 히야얏코가 있다면 겨울에는 유도후(湯豆腐)가 있다. 유도후는 두부, 물, 다시마로만 만들어내는 요리이니만큼 세 가지가 모두 고품질이어야 하니, 에도시대의 요리책『두부백진(豆腐百珍)』에 최상급 요리로 올랐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간장·식초·미림·다시물에 다진파, 얇게 선 유자, 무즙을 꾸미로 얹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아게다시토후(揚げ出し豆腐)는 두부에 옷을 입혀 튀긴 다음 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다. 한국에서는 두부에 옷을 입혀 튀기는 것이 생소하겠지만, 튀김옷 속의 폭신한 두부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요즘 패션에는 미니멀이 유행이라고 한다. 일본요리의 미니멀함을 든다면 바로 이 세 가지가 아닐까. 소박하지만 재료의 맛과 계절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의 두부요리도 다채롭고 맛깔스럽지만, 가끔은 일본에서 생활했던 시절에 히야얏코, 유도후, 아게다시토후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났던 기억과 함께 그 맛이 그리워진다.

<글 : 문화기획팀 김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