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오늘은 세키항(赤飯:팥찰밥)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지하게 기뻤다. 세키항은 평상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생일, 축제, 결혼식 같은 때에 세키항이 나온다. 쉽사리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기쁜일이 있을 때에만 먹을 수 있어서 더더욱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세키항은 이름 그대로「붉은 밥」이다. 보통은 쌀을 씻고 물을 부어 밥을 짓지만, 세키항의 경우에는 팥을 삶은 물로 밥을 짓는다. 그래서 팥 색깔이 물들어 붉은 밥이 되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선 팥을 삶는다. 너무 물렁하게 삶으면 안 된다. 아직 조금은 단단하네 라고 느낄 정도에서 멈추면 된다. 팥이 삶아지면 삶은 물과 팥을 분리하여 식힌다. 삶은 물에 물을 보충하여 씻어놓은 찹쌀을 담근다. 밥을 쪄서 지을 경우에는 3시간 이상, 끓여서 지을 경우에는 30분 이상 걸린다. 찹쌀은 물을 잘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장시간 물에 불려놓는 것이 좋다. 찹쌀이 물을 충분하게 흡수하면 팥을 넣어 밥을 짓는다. 끓여서 지을 때의 물의 양은 보통 밥을 지을 때와 같게 한다. 마지막으로 다 된 밥을 저으면 완성.
세키항은 웬일인지 먹을 때 깨소금을 친다. 찹쌀로 지었기 때문에 어떠한 맛도 없다. 그래서 소금을 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어째서 깨소금일까. 일본 전국 어느 곳에 가더라도 깨소금을 사용하는 것 같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먹는 세키항에 반드시 깨소금이라... 뭐랄까 특별히 결부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세키항을 먹고 싶다고 생각해도 직접 만든다는 건 귀찮은 일이다. 우선 팥을 삶지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찹쌀을 사게 되면 잔뜩 남게 된다. 매일 찹쌀로 밥을 짓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는 화과자 가게에 가 본다. 화과자 가게와 떡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그래서 세키항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키항을 먹어보고 싶으시다면 화과자점에 물어보시면 어떨지.
<글 : 일본어부장 소고 슌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