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기금 및 서울문화센터의 주최 혹은 후원사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신 분들이나, 문화인 초빙사업으로 일본을 방문하신 분들을 인터뷰하여,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일본에대한 인상 등을 들어보는「문화를 여는 사람들」이란 연재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계 각계 분들과 접속할 수 있는 이 시리즈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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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예술 문화인 유인촌 씨. 지난 2월 본 기금의 초청으로 부인 강혜경 씨와 일본을 방
우선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계 인사로서 본 기금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를 초청해 주신 일본국제교류기금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2주간의 일본 방문은 저에게 있어서 즐겁고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현장에 계신 예술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사회를 이루는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문화가 없는 사회는 뿌리가 없는 식물과도 같아서, 그런 면에서 실제 문화일선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생각이나 일, 삶,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마음을 터놓고 나눌 수 있었기에,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고 이해하는 데 한 발자국 나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방문하신 곳이나 만나신 분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으시다면.
어느 한 곳을 말하는 것 보다는 모든 것들이 저에게 인상 깊었습니다. 40년동안 배우와 스텝들이 다 모여 아직까지 이끌고 있는 스바루 극단과 어둡고 좁고 낡은 연습실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해 노력하며, 또 무대를 통해 일본 사회를 표현하려는 링고겐 프로젝트, 스토리아하우스의 젊은 연출가 그룹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가부키, 분라쿠 공연이 이루어지는 전 단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저에게 열심히 일본 아악에 대해 설명해주신 교토의 신주님께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일일이 거명하자면 끝이 없는데요, 이 모든 것들이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아 좋았고, 자신의 인생 목표를 향해 한눈 팔지않고 나아가는 예술가들을 만난 기억이기에 훨씬 더 제 마음속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환경을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국이 아직도 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극장의 조건, 수, 또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이런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런 현실적인 면에 한국 예술가들이 많이 부딪혀서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또 전통에 대한 보존이나 발전도 일본이 잘 되어 있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 이외에 실험적인 젊은 그룹을 지원하는 것은 양국 모두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보았고, 실제 예술가들의 환경이나 삶은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이번에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두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나라로, 어쩔 수 없이 갖고있는 역사적인 과정, 또 나름대로 비슷하면서도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여러 가지 깊은 골이 곳곳에 박혀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덮어놓고 무조건 교류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화교류라는 건 결국 사람에 대한 교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 서로 만나서 마음을 터놓고 여러 가지 견해를 이야기해 보니까 결국에는 공통점이 분명히 나온다는 겁니다. 여러 문제들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예술을 통해 그린다면 어느 시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고, 이렇게 개인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를 이해하면, 더 나아가 국가가 이해되는 계기가 마련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공연 예술가들이 한 무대에서 공동의 관심사인 한일 양국의 여러 가지 문제를 표현하는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매우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TV프로그램「역사스페셜」을 진행하고 계시지요. 프로그램에서 일본과 관련된 내용이 꽤 많았는데, 혹시 이번에 일본을 방문하시면서 유적지 등의 사적도 가보셨는지요.
유적지나 사적은 이번에 많이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예전에 이미 많이 보았고, 이번 방문의 스케줄은 철저하게 극장과 문화공연 예술가들의 만남으로 짜여졌거든요. 방문한 곳 중 사적이라고 얘기하자면 에도동경박물관, 교토역사박물관 정도였습니다. 에도시대의 여러 모습, 사무라이 막부정치시대의 모습들이 잘 꾸며져 있더군요.
유인촌 씨 하면 탤런트, 교수, 연극배우, 극장대표 등 수 많은 타이틀이 따라다니는데, 가장 욕심나고 아끼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제가 많은 분야의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저는 배우로서의 인생이 가장 보람 있습니다. 무대 위에는 아무나 설 수 없거든요. 특히 연극 무대에 선다는 건 오랜 시간과 상당한 수련이 필요해요.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고, 연극은 연기 자체가, 행위가 다르며 즉석에서 순발력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대 배우로서 평생을 지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고, 이번에도 일본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눈여겨 봤습니다.
올해 준비 중이시거나 계획중인 일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프랑스작가 장 지오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나무를 심는 사람」을 뮤지컬로 연출하여 공연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유럽 작품들은 많이 소개되었는데, 남미 작품은 별로 소개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 극단에서는 남미 국가인 칠레의 작품 중 하나를 젊은 연출가, 배우들이 모여서 7월중에 막을 올릴 계획이고, 가을ㆍ겨울에는「홀스또메르」를 다시 공연할 예정입니다. 올해도 아마 바쁜 해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