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홍대 지역의 밤은 뜨거워진다. 바로 “클럽데이”가 열리기 때문이다.독특한 클럽문화의 보존과 활성화, 거기에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홍대 지역이라는 특성이 더해져,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참여했던 기억이 있으리라.
이번회에는 상기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를 주관하고 있는 클럽문화협회의 실무자 장양숙 님과 조시영 님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기금과는 작년 3월에 열린 “2005 한일로드클럽페스티벌”과 지난 3월의 “CORE OF SOUL”공연을 공동 주최한 바 있다.
▲ (왼쪽부터)조시영, 장양숙 |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조시영 안녕하세요. 저는 기획팀장인 조시영 이라고 합니다. 저는 행사 기획하고 처리하는 부분을 관할하고 있어요.
2. 조시영 님께 여쭤보겠습니다. 기획을 하실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조시영 성격별로 틀린 것 같아요. 크게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행사에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가 있는데요, 그 두개의 행사 자체만으로도 관객 분들이 즐기고자 하는 부분과 무엇을 얻고자 하는 지가 확연하게 다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맞추어, 기획단계에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줄까에 신경을 쓰고, 클럽데이 같은 경우는 진짜 신나게 춤추러 오는 분들이니까 거리낌 없이 평화롭고 즐겁게 춤추고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작년에 기금과 저희가 같이 진행했던 “한일로드클럽페스티벌”은, 한일간의 교류를 통해 클럽문화에 못 오시는 분들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리자라는 목적이 있었지요. 아무튼 기획단계에서 목적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게 됩니다.
3. 작년에 개최한 “한일로드클럽페스티벌” 때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장양숙 한일로드클럽페스티벌은 굉장한 우연과 행운이 함께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 때 기금의 담당자분이 우연히 관광차 한국에 와서 클럽데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 찾아 왔었지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제2회 로드클럽페스티벌 때에 한일간의 교류가 있었어요. 그때는 DJ만 오고 갔었는데, 그 다음회인 작년 제3회 때에는 직접 기금이 주최자로 나섰지요. 기금의 자금과 저희 클럽의 컨텐츠가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일을 진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실제적인 행사 진행에서는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넘어갔는데, 행사개시 직전에 독도문제가 터져서 속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면 늘 현장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거든요. 하지만 독도문제와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던 사안이라서, 또 양국의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실은 행사를 접어야 하는 시점까지 가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양쪽 대표자의 의지가 확고하여 밀어 붙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참 성공적으로 잘 치렀습니다.
4. 어려움은 많았지만 결과가 좋아 더욱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장양숙 문제가 터지고 처음에는 굉장히 안 좋았어요.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그렇지만 만나서 얘기하고 서로 풀고 마지막에 행사가 잘 끝나니까, 저희도 그렇지만 일본측에서 너무너무 기뻐하더라구요. 일본인들 특유의 아주 좋아하는 모습 있잖아요. 물론 저희도 너무 기뻤지요. 지난날의 서운함이나 불편함이 싹 사라졌어요. 그러면서 내일에 대한 약속도 하게 되더라구요.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지만, 정치적으로 양국이 안 좋은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뭐랄까 문화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관대할 수 있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어른들이 보시면 욕을 할 수 있었겠죠. 일본팀들이 공연하는데 막 환호하니까, 제정신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게 구시대와 요즘시대 사람들의 세대차이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교류 행사를 통해 일단 만나서 접하다 보면 우리들의 사고와 관념을 바꾸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고정관념도 깨지게 되구요. 그래서 문화교류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겠지요. 이런 교류가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05 한일로드클럽페스티벌 |
5. 일본 팀들을 겪어보시면서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조시영 오히려 제가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일본팀과 몇 번 일을 해보면서 정말 일본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꼼꼼한지, 아니면 제가 일했던 사람들만 그렇게 꼼꼼한지 궁금하네요. (웃음) 어쩜 그렇게 세세하게 챙기시는지...
양국의 기술이 어느 정도 차이나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현지사정이라는게 있잖아요. 저는 한국 팀들과 일본 팀들을 중간에서 맺는 역할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부분에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일본팀들은 자리표시까지 다 하거든요.
아무래도 저희는 비영리 공연을 하다보니 열악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일본 뮤지션들은 욕심이 있으니까, 모처럼 한국에 와서 보여주는데 대략 보여주는 건 싫은 게 당연해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요구사항은 많아지지요.
장양숙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준비단계에서 일본측이 한국에 회의하러 왔는데, 모든 엔지니어를 다 데리고 오신거에요. 모든 분야별로. 저희는 사실 놀랬어요. 우리는 그 정도로 준비를 한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이미 도면까지 다 짜서 오셨더라구요. 악기도 어디 것을 쓸 건지 다 정하고...
참여했던 분들 중 어느분이,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얘기하면서, 일본은 정말 체계적으로 섬세하게 준비를 하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실수가 적다고 합니다. 반대로 한국인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짧고 현장에서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라서, 준비는 미흡하나 속도는 빠르다고 하더군요. 놀라울 정도로 즉흥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그 자리에서 한다고 해요.
6. 이렇게 클럽데이 같은 “젊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시려면, 마인드나 노하우를 얻기 위한 나름대로의 비법 같은 게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장양숙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이쪽 문화를 너무 좋아해서 일을 하게 된 케이스가 아니에요. 와서 배우는 쪽이었지요. 늘 보고 듣는 것이 그렇다 보니, 또 주변 사람들이 워낙 활기차다 보니 저절로 따라가는 것 같아요.
조시영 저는..음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가 봅니다. (웃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밴드와 뮤지션 공연은 지방까지 가서 봅니다. 원래 일반 직장을 다녔었는데, 워낙 콘서트나 공연 보는걸 좋아해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린 마음에 모르고 발을 들여놓은 게 지금까지 왔네요.
7. 올해 계획중인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장양숙 클럽데이와 사운드데이는 늘 열리고 있구요, 로드클럽페스티벌의 경우엔 작년 말하고 올해 초에 과도기가 있었어요. 클럽과의 관계 등이죠. 항상 홍대 클럽 문화라는 게 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해가니까요. 젊은이들이 문화를 바꿔가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진행하던 모습과 취지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하여 현재 보류중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한불 수교 100주년이라 프랑스문화원과 클럽데이 행사를 계획중이에요. 아마 9월에 열릴 예정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많은 관심 바랍니다.
8.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조시영 많은 분들이 클럽데이를 처음에 어떻게 즐기는지 몰라서 동경만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상 공연보러 가는게 영화보러 가는 거랑 똑같거든요. 사운드데이나 클럽데이는 저렴하니까 가격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 공연보니 참 좋네” 하고 느끼고, “이번엔 다른데도 가볼까?” 하고 점점 공연보고 음악 들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운드데이를 통해서 그런 게 조금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