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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이름 붙여진 곳이 [OK요코쵸]다. “요코쵸”는 우리말로 “옆골목”,”뒷골목”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OK요코쵸]로 명명된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57년 개봉한 미국 영화 [OK목장의 결투]의 영향과, 당시 이 환락가의 주고객이 미군들이었기에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아카바네뿐만 아니라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일본 전국에 [OK요코쵸]가 생겨났으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라고 한다. [OK요코쵸]의 특징은 한마디로 “품격보다는 맛과 가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OK요코쵸 아카바네]도 그 특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2008년 여름 동경에 2개월간 출장을 가 있을 때였다. 지인으로부터 한잔 하자는 제의와 함께 이곳을 소개 받았다. 아카바네역에서 히가시구치(東口)로 나와서 바로 좌측으로 돌아가면 [OK요코쵸 아카바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OK요코쵸]로 직행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어귀에 있는 다치구이(立ち食い)어묵집에 들러 어묵을 안주 삼아 생맥주를 한잔 하는 것이 정식코스(?)라는 것이다. 오사카(大阪)풍의 어묵맛은 퇴근길 출출해진 샐러리맨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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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과 생맥주로 시장기를 훔친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OK요코쵸]에 당도하였다. 3미터도 채 되지 않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20채 정도의 선술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들른 곳은 야오키[八起].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벌써 1,2층 모두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니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분위기나 메뉴를 봐도 보통 일본 선술집과 별로 차이 나는 점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주문을 하고 하나 하나 맛을 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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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류다. [홋피]라는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주류가 등장하는 게 아닌가? “홋피”라는 의미는 제조사 사장이 “맥주의 원료인 호프를 사용했지만 맥주가 아닌 음료”라는 뜻을 담아 상품명으로 사용한 고유명사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된 것이라고 한다. 전후 곤궁했던 시절, 고급 주류인 맥주를 마실 수 없는 서민들에게 맥주맛을 느낄 수 있는 대체 주류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서민들도 어렵지 않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자 그 인기는 차츰 시들해져 갔으며,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는 관동지방 극히 일부 주점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홋피가 다시 장기 경기침체와 함께 재등장하여 점차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마시는 방법은 처음 홋피를 주문하면 홋피 한 병과 “나카미”라고 하는 소주 1할 정도가 든 맥주컵이 나온다. 그 컵에 홋피를 5할 정도 부어서 잘 섞으면 알코올 도수 5%정도의 맥주(?)가 된다.
그리고 안주는 정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나, 일명 “바사시”(馬刺し:말고기 육회)는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바사시를 좋아해서 일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으레 바사시전문점을 찾아 맛도 보고, 서로 비교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로 하고 있는데, [야오키]의 바사시는 일본 내에서 가격대비 가장 맛이 좋은 곳이라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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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도 옛 정취를 간직한 뒷골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네들의 젊은 시절 추억과 낭만이 깃든 장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도 크다. [OK요코쵸 아카바네]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겠다.
동경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라 발길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독자 여러분 중에서 혹시 관동지방을 여행하실 분이 계신다면 꼭 한번 찾아가 보시길 권하고 싶다.
<글: 관리부장 신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