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안되던 시절, 즉 30년 전에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책에서 얻었다. 서적이 유일의 정보원이었으며 책의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또한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쇼핑으로 서적을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점을 직접 찾아가 구입해야 했다. 즉, 서적이 많은 대형 서점 혹은 도서관에 가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도서관과 서점이 밀집해 있는 도쿄는 동경의 도시였다. 연극・음악・미술 등의 관람은 물론, 대형서점이 있는 도쿄에서 살고싶어 했던 학생은 나 이외에도 많았다.
산쇼도(三省堂)서점 |
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진보쵸는 도쿄 안에서도 특별한 곳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도쿄도 치요다구 간다 진보쵸가 이 지역의 정식 주소이나, 많은 서점과 출판사가 들어서 있어 세계 최대급의 고서점가로서도 유명하다.
대학 입학 후, 도쿄에서 살기시작한 것은 1977년이었으므로 지금부터 32년 전이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진보쵸도 크게 변했다고 한다면 그렇게 보일 수 도 있으나, 변하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977년에 교토에서 도쿄로 옮겨 처음 동경하던 진보쵸를 갔을 때, 당시 거대 빌딩이었던 산쇼도(三省堂)서점은 그 때까지도 목조건물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큰 빌딩이 재건축되면서 고서점도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단, 장소만 빌딩 안으로 옮겼을 뿐, 고서점의 분위기는 별반 바뀌지 않았다.
고서점은 대개 전문분야별로 가게가 나눠져 있어서, 지도 전문점에는 세계의 지도와 관련된 고서가 있었고, 미술전문점에는 세계의 미술서적을 구비하고 있었다. 일본의 고전문학전문점에서는 고전 교과서에 나올 법한 수 백년 전의 서적을 가득 싸놓고 팔고 있었다. 일본의 고서적은 와시(일본종이)를 엮어 만들기 때문에 오늘날의 양장본 서적처럼 세워서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쌓아 놓는다. 그런 연유로 책의 제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제목을 적은 종이를 따로 준비하여 그 책 속에 끼워 놓아 제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책 전시방법은 흥미를 끄는 요소 중의 하나로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서점 순회의 묘미는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는, 우연히 눈에 띄는 진귀한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단, 전문점에서 그 가게 전문분야의 진귀한 서적을 발견하더라도 그 서점 주인 또한 그 책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므로 응당 그 책의 가격은 고가로 설정되어 있다. 반대로 전문분야 이외의 책은 그 서점 입장에서는 필요가 없는 책이므로「특가품」이란 코너를 마련하여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런 코너에서 진귀한 서적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나 또한 학생시절에 8천엔하던 절판의 일본고전문학관련 서적을 경제학전문고서점에서 발견하여 500엔에 구입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진보쵸 고서점 책들도 재고와 가격을 바로 알 수 있어 편리해진 반면, 귀한 서적을 우연하게 발견하는 재미는 줄어들고 있어 씁쓸하다. 그렇지만 요즘에도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고서점순례를 하는 이들도 많다. 컴퓨터 화면이 아닌 실제로 책을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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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는 서점뿐만 아니라 악기전문점과 스포츠전문점도 많아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인지 싸고 맛있는 식당도 많다. 일반 관광지는 아니지만, 책과 스포츠, 음악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이라면 진보쵸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요.
* * 진보쵸 관련 홈페이지
http://jimbou.info/ :「책의 거리(本の街)」간다진보쵸 공식사이트.
간다진보쵸의 고서점 176점의 소개
http://go-jimbou.info/hon/ :「진보쵸에 가보자(神保町へ行こう)」
진보쵸의 책, 음식, 지도, 사진 소개
<일본어교육전문가:기타무라 다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