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일본 거장전(3K영화제:7/1~8/10)>에 즈음하여, 일본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고바야시 마사키, 기노시타 게이스케, 기무라 다케오 3인의 감독이 제작한 영화의 매력과 영화 관람 포인트를 3인의 대표 작품과 함께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
이정국(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영화감독)
기노시타 게이스케, 고바야시 마사키, 기무라 다케오 감독 소개
작년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제에 이어 올해 일본 감독 특집영화제‘3인의 일본 거장전’이 열린다. 여기서 '3K'란 기노시타 게이스케, 고바야시 마사키, 기무라 다케오 등 세 명의 감독 영문 이니셜 ‘K’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일본영화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일본의 3대 거장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는 잘 알고 있겠지만, 그들의 바로 후배들인 3K 감독들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노시타 게이스케와 고바야시 마사키는 그들의 걸작 몇 편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무라 다케오는 사실 처음 듣는 감독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미술감독 출신으로 90세에 최고령 감독데뷔를 한 특별한 사람이었다. 스즈키 세이준(鈴木清順) 감독의 작품에서 미술을 많이 했다 하니, 이미 나도 그의 작품을 여러 번 접하긴 했다. 3K 감독은 같은 영문 이니셜을 가졌고 1910년대에 태어난 동시대 영화인에다 현재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 외에 영화적 스타일에서 큰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기노시타 게이스케(이하 기노시타)와 고바야시 마사키(이하 고바야시)의 경우 도제방식의 사제지간이란 점만 눈에 띌 뿐이다.
생전에 50여 편을 감독한 기노시타(木下惠介, 1912-1998)는 전시 하에서 부침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오소네가의 아침 大會根家の朝〉(1946),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한 시골 마을에 12명의 학생과 그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의 삶에 초점을 맞춘 <24개의 눈동자>(1954), 그리고 우리나라 고려장 같은 풍습대로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나라야마 부시코>(1958) 등으로 옛 일본의 권위 있는 상인 키네마순보 상을 3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일본영화사에서 중요한 감독이다.
기노시타의 직계 제자로 22편의 작품을 남긴 고바야시 감독(小林正樹, 1916-1996)은 중편 <자식의 청춘>(1952)으로 데뷔한 후, 첫 장편으로 스승 기노시타의 각본 <진심>을 연출하였다. 초기엔 기노시타의 영향을 받아 다소 서정적인 작품을 만들었으나 1953년 전범 수기를 바탕으로 전쟁과 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만든 <벽이 두꺼운 방>이후로는 휴머니즘이 강하게 담긴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1959-1961)시리즈, <할복 切腹>(1962), <사무라이 반란>(1967) 같은 작품들은 극단적인 휴머니스트의 삶을 통해 군국주의 및 전쟁을 비판하거나 기존 사무라이의 위선을 과감하게 까발리고 풍자한다. 고바야시는 그들 작품으로 구로사와 못지않게 미학적인 성과를 이룬, 역사의식이 강한 영화세계를 가진 감독으로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재평가 받을 필요가 있다.
기무라 다케오 감독(木村威夫 , 1918-2010)은 68년 동안 230여 편이 넘는 영화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가 3편의 중단편을 만든 후, 2008년 90세의 나이로<꿈대로>라는 작품으로 정식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다. 1941년부터 2010년까지 영화 작업을 하였으니 가히 일본영화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그의 미술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야쿠자 액션을 미학적으로 스타일화 한 스즈키 세이준 영화를 많이 상영하게 된 것은 그를 통해 가장 기무라의 미술 스타일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무라의 기나긴 영화 인생은 극소수의 감독을 제외하고 50대의 나이가 되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우리 한국 영화계의 안타까운 현실에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이번 3K 영화제는 우리 한국에 처음 소개된 작품들이 많기에 필자도 크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