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교류기금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JF 펠로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분들의 진솔한 일본체류이야기와 일본연구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매혹과 휘말림, 혹은 ‘폐를 끼치는 자’들이 가르쳐 준 것
박태호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2009년 4월1일, 도쿄에 도착했다. 숙소는 코다이라에 있는 히토츠바시 대학 국제교류회관. 바로 옆에 에도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다마가와 상수로를 따라 난 예쁜 산책로가 첫날부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집에 있는 날이면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를 따라 꽤나 긴 시간 산보를 할 수 있었다. 생각이 익는 길이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산책로와 함께 시작되었다. 친구로 인해 휘말리듯 가게 된 일본이었지만, 누구못지 않은 친구는 바로 그 다마가와 상수였다. 그래서 일본에 가기 전에 구상했던 것이지만, 거기서 대부분을 썼던 책 <외부, 사유의 정치학>의 서문의 말미에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적어두었다. “생각이 꼬이거나 막힐 때마다 그것을 풀어주고 출구를 찾도록 도와준 다마가와 상수의 산책로에게도...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명색이 연구주제가 일본의 비정규노동운동에 대한 것이었기에, 나는 일단 4월말부터 5월초까지 프리타노조가 주관하는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5월1일 하루 동안 하는 한국의 메이데이와 달리 여러 날에 걸쳐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4월 30일이었던가? 주거문제와 노동조합에 대한 워크숍이 끝나고 저녁 때, 모인 사람들이 자기 소개를 하며 인사를 겸해 한 마디 씩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 자리에는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등 장애인이 많이 있었다. 일본의 프리타운동이 단지 노동자만이 아니라 실업자나 노숙자, 히키코모리, 멘헤라 등 이질적인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 중 한 사람이 도쿄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고 올 때, 아마 전차가 붐벼서였는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자’라고 비난하더라는 얘기를 했다.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