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진 인조인간들을 찾아서
애니메이션연구자
김준양
전문분야가 “애니메이션”인데 하물며 오랫동안 소위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영화” 정도로 간주되어 온 <우주소년 아톰>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의 펠로십을 받은 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애니메이션연구에 대한 인식이 제도권내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는 학술적인 의미의 한 걸음을 더 내딛기 위한 좀처럼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펠로십 지원 자격에 박사학위가 필수조건이 아니었던 것도 크게 작용하였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펠로십 객원연구원으로 1년을 보낸 곳은 도쿄조형대학(東京造形大学)이었다. 이 대학 애니메이션전공영역의 고이데 마사시(小出正志) 교수의 배려로 연구실도 제공받았다. 나의 연구는, 일차적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있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만화 <우주소년 아톰> 전권과 흑백판 TV애니메이션시리즈의 193화 전편을 정밀조사,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기계인간을 통해 상상되어 온 근대일본사회의 마음과 몸을 둘러싼 관점, 요컨대 심신(心身)관을 파악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의 하나였다.
▲ 가나자와시의 해안가에 위치하는 가라쿠리 기념관의 전경 |
이 연구는 서양의 기계론적 문명이 일본사회에 유입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었으므로 1929년 일본만화 최초로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다가와 스이호(田河水泡)의 작품 <인조인간>의 조사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잡지로만 연재된 오래전 작품이기에 자료입수가 쉬울 리 없었으나 운좋게도 당시의 잡지를 소장하고 계신 지인으로부터 <인조인간>의 약 66회에 걸친 에피소드의 전체 사본을 제공받아 무사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한편, 인조인간과 관련하여 일본의 전통적인 인형문화도 조사하였는데, 고이데 마사시 교수와 함께 나가노현(長野県)의 이이다시(飯田市), 아이치현(愛知県)의 이누야마시(犬山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