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이주민으로 살다

 

이태정

한양대학교 강사

 

도쿄도 신쥬쿠구 토츠카마치 1-103東京都新宿区戸塚町1103 稲田大学99号館

2013 7 1, 나리타 공항 입국장을 나온 나는 가장 먼저 택배 서비스 회사를 찾아 이 주소를 써 넣었다. 여기가 바로 앞으로 8개월 동안 내가 살 집이다. 와세다 대학은 연구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해 주었다. 특히 체류하는 동안 대학도서관과 <일본어교육연구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와세다가 자랑하는 중앙도서관, 문학부가 있는 도야마 캠퍼스의 도야마도서관(書館), 그리고 다종다양한 원서를 자랑하는 고풍스런 타카타도서관(高田早苗記念研究図書館)은 말 그대로 즐겨찾기였다. 일본어교육연구센터의 일본어서포트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혼자 일본어 공부를 하며 생긴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 가을-겨울학기에 수강한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 강좌는 일본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데 유용했다.

 

▲ 와세다대학 연구실에서 바라 

   본 신주쿠

동료들을 만나다

20135 27, 서울문화센터에서는 이전의 펠로들과 새로 선정된 펠로들이 만나 정보를 나누고 조언을 듣는 교류회를 마련해 주었다. 일본의 겨울은 온열제품이 필수라는 말을 들었다. 일본 입국 후, 7월이 지나고 8월이 되면서 동료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다. 와세다의 한국유학생 및 연구원 선생님들을 만나 각기 다른 전공이 일본연구라는 큰 우산 아래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8 6일부터 9일간 와세다대학에서 열린 <1회 동아시아 젊은 역사가 세미나>에 초대를 받아 한국, 중국, 일본 출신의 역사학자 및 사회과학자들을 만났다. 3개국의 언어가 종횡무진하는 가운데, 두꺼운 자료집에 담고도 넘칠 만큼의 토론이 이어졌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 나라, 아니 세 지역 간에는 정치와 사회구조, 외교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비교연구를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와세다대학 문화구상학부의 모리( 元孝)선생님은 누구보다도 내게 연구 동료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써주셨던 분이다. 이주노동자의 밀집 거주지를 필드로 삼는 나에게, 아시아 각국의 슬럼가를 필드로 하는 동년배의 연구자이자 친구를 만들어주신 것도 모리선생님이다. 또한 모리 선생님이 마련해 주신 공개 강연회와 세미나들은 <리스크의 시대, 글로벌 이주민의 권리와 지역사회>라는 나의 연구주제와 관계 깊다. 그 중에서도 와세다 OB로 구성된 전문가들은 일본사회의 현재진행형인 쟁점들을 들고 실증자료에 기반한 가감없는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그 중 몇 가지 주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사교과서 문제의 구조와 근대주의적 국민관을 위한 자원(歴史教科書問題構造近代主義的国民観のための資源(岡本智周筑波大)2. 원자력발전을 리얼하게 이야기하다(をリアルにろう」(高橋万見子朝日新聞)、3. 두류자에게 있어서 후쿠시마 하마도오리 북부의 생활 및 생업 지원「逗留者にとっての福島 浜通北部における生活 生業支援(斉藤康則東北学院大学)).

 

가나가와현 아이카와마치(神奈川県愛甲郡愛川町)

2013 9 20, 아이카와마치에 첫 걸음을 했다. 아이카와마치는 2014 2월 말까지의 펠로십 기간 동안 거주지였던 와
▲ 아이카와마치 남미 상점
세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아이카와마치는 가나가와현 내륙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로 현 내에서 외국적 주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1960년대 말과 70년대에 걸쳐 형성된 내륙공업단지와 주택단지가 전국 각지의 이주민을 불러들였고, 90년대 이후로는 남미 및 아시아 지역에서 온 외국인과 그 자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마을 인구를 채우고 있다. 아이카와마치에의 현장 조사는 주로 현지인들과의 인터뷰 조사 및 참여관찰을 통해 진행하였다. 외국적 주민에 대한 일본어 서포트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민센터(
愛川町役場)의 주민과 및 교육위원회, 국제교류클럽,  중등 학교, 그리고 시민들의 자원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을 방문하며 일본인 주민 및 외국인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아나갔다. 특히 주목한 것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공단과 이주민 사회의 변화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역주민들의 관계 변화였다. 이 조사 내용의 일부를 정리하여 지난 해 한국 및 일본의 사회학 학회에서 발표하였다.

 

▲아이카와마치 후루사토 마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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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동안의 일본체류를 통해 얻은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구자로서 꼭 필요했던 시기에 소중한 기회를 준 일본국제교류기금에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와세다대학의 모리 선생님을 비롯한 국제과 및 일본어교육연구센터 관계자분들 덕분에 일본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카와마치의 이주민 친구들에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글맺음을 대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