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특한 문화 중의 하나에 “선물(오미야게)문화”가 있다. 주는 이와 받는 이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행복을 전달하는 다양한 일본의 선물(음식,전통공예품)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일본의 오미야게(선물)-마지막회
주식회사 에스원
대표이사 부사장
가타야마 요리야스(片山頼康)
◆ 음식 ◆
【에치젠 와카사의 고등어 헤시코】
한국에서는 고등어하면 안동 간고등어가 가장 유명합니다.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에 위치한, 양반의 고장 안동에서 고등어가 유명하다는 것이 약간 의아스러운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실은 양반이기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상류계급 사람들에게는 안동에서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높은 지위를 나타내주었습니다. 게다가 고등어는 특히나 잘 상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테지요.
한국에서도 동해(일본해)에서 난 고등어를 안동까지 운반한 길을 ‘고등어길’이라고 부르는데요, 그 기점은 어촌마을 강구였습니다. 갓 잡은 고등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인 뒤, 고등어길을 따라 안동에 도착할 때쯤이면 소금 간이 제대로 베어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본의 ‘고등어길’은 어디일까요?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도시대의 수도 교토의 상류계층 사람들이 고등어를 즐겨먹었습니다. 일본의 고등어길은 예로부터 동해의 주요 항구도시였던 후쿠이코하마(福井小浜)에서 교토의 데마치야나기(出町柳)로 이어지는 와카사가도(若狹街道)입니다. 에도시대에는 와카사 사람들이 동해(일본해)에서 잡은 어패류를 봇짐에 지고 와서 데마치에서 짐을 풀고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니시키시장 인근까지 팔러 다녔다고 합니다. 소금을 뿌린 뒤 대나무바구니에 넣고 먼 길을 들고 온 고등어는 교토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일본의 고등어와 고등어길을 설명드렸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의 고등어길의 기점인 와카사의 ‘고등어 헤시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등어 헤시코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고등어의 겨된장 절임’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맨 먼저 고등어는 나중에 누름돌로 눌러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500그램 이상의 살이 두툼한 것을 선택하고 전용냉장실에서 일정기간 보관합니다. 이렇게 하면 신선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수분이 제거되어 육질이 쫄깃쫄깃해지고 적당한 기름기를 유지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내장을 제거한 고등어를 동그란 통에 넣고 그 위에 누름돌을 올려서 일주일 정도 소금에 절입니다. 이 때의 간 조절이 헤시코의 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그 다음에는 고등어를 꺼내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 간장, 미림, 맛술, 누룩, 고춧가루를 배합한 겨된장을 골고루 바른 뒤, 절임용 통에 넣어 겨된장을 가득 채워 밀폐한 뒤 누름돌을 올려줍니다. 이 통을 고온다습한 헤시코 전용방에서 1~2년간 발효시켜 고등어의 살이 황갈색 빛을 띄기 시작하면 이제 완성입니다.
가게 별로 헤시코의 맛이 다 다른 것은 고등어를 절일 때의 소금 간과 겨된장에 들어가는 각종재료의 종류와 품질, 배합비율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헤시코가 어떤 음식인지 이해되셨나요? 한국에는 겨된장 절임이 없으니 먼저 겨된장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할 때는 상대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일본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선물을 할 때는 한 마리를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최근에는 회와 구이용, 또 밥 위에 얹어서 뜨거운 차를 부어 먹는 오차즈케(お茶漬け)용 등, 소량씩 진공포장된 제품도 있으니 먼저 이 제품으로 맛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가게에서 구입해 먹어봤는데 최근에는 후쿠이현 에치젠시 이에히사초(福井県越前市家久町)에 있는 ‘헤시코야 본포(へしこ屋本舗)’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주문이 가능하지만 교토나 오사카에 가실 일이 있으면 1~2시간 더 가셔서 현지에서 직접 구입하시는 게 ‘당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에치젠 와카사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선물하시길!)
◆전통공예품◆
【하코네 요세기 세공】
하코네 요세기 세공(箱根寄木細工)은 에도시대 말기에 하코네마치 하타주쿠(箱根町畑宿)에 살던 이시카와 니헤에(石川仁兵衛, 1790~1850)가 창시한 나무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세공품입니다. 처음에는 나무조각을 이어 붙이거나 하나의 단위문양으로 만든 요세기 세공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메이지시대 초반에 오늘날과 같은 여러 단위문양으로 구성된 소요세기(小寄木)가 정착되었습니다. 하코네 요세기 세공은 정교한 수공예 기법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특산품이며 일본 내의 유일한 산지 하코네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요세기 세공을 한번쯤은 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정한 형태로 잘라낸 나무조각들을 이어 붙여서 단위문양을 만들고 이 단위문양을 둥글게 썰어서 널조각 상태로 모아 기본 나무판자(다네기, 種木)를 만듭니다. 나무조각 하나를 만드는데도 나무를 잘라내는 각도와 치수의 정확도, 접착 기술 등, 숙련된 기술이 요구됩니다. 다네기에서 만들어진 나무판자(다네이타, 種板)은 특수대패로 밀어서 종이처럼 얇게 깎아냅니다. 그리고 이 얇은 판자를 상자나 사시모노(指物, 못 등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목공품) 등의 장식 재료로 붙여서 사용합니다.
이 같은 하코네 요세기 세공을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비밀상자입니다. 그 기원은 에도시대 후기인 1830년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메이지시대에는 ‘지혜상자’라고 불렸습니다. 현재와 같은 비밀상자가 만들어진 것은 1894년(메이지 27년)경으로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의 사시모노장인인 오카와 류고로(大川隆五郎)에 의해 고안되었습니다. 비밀상자는 상자의 측면을 순서대로 밀어서 열게 되어있습니다. 미는 횟수가 많을수록 열기가 어려워지며 적게는 4회에서 많게는 72회를 밀어야 열리는 상자도 있습니다.
요세기 세공 자체가 나무와 친숙한 일본인다운 예술작품인데다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퍼즐의 요소가 가미돼 있어 전 세계인들로부터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특산품을 한국인에게 어떻게 선물하는 것이 좋을까요? 실은 점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남성이 여성에게 커플링이나 귀걸이, 목걸이 등을 선물할 때 이 비밀상자에 넣어서 주면 효과만점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상자를 선물한 한 한국지인은 이 선물이 계기가 되어 약 2년 뒤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후에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한번 선물해 보시면 어떨까요? 꼭 커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남편이 부인에게 아버지가 딸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요!